[앵커]
지난 4월 브라질에서 한국인 어린이 5명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충격을 줬습니다. 모두 한인 집단 농장인 '돌나라 오아시스'에서 살던 아이들이었는데, 최근 브라질 경찰은 농장 핵심 관계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사건을 추적해 온 저희 탐사보도팀은 아이들이 숨진 후 농장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육성 파일을 확보했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을 신에게 드린 예물이라고 하는 등 평범한 농업단체로 볼 수 없는 각종 정황들이 담겼습니다.
김태형 기자입니다.
[기자]
브라질 경찰이 지난 7월, 돌나라 핵심 관계자인 이모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브라질 형법 121조 3항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사고 당시 농장에는 정화조 설치를 위해 파낸 흙더미가 쌓여 있었습니다.
경찰은 여기서 놀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공사장 접근을 막는 안전 장치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 결과, 이곳은 단순한 집단농장이 아니었습니다.
돌나라 측이 아이들 장례를 치른 뒤 구성원들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입니다.
'다섯 용사의 장례식'을 통해 '봉천 예물을 올려드렸다'고 적혀있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을 '신에게 드린 예물'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A씨/돌나라 관계자 (지난 5월) : 어린 자녀들의 희생의 피를 통해 돌나라가 똘똘 뭉치게 되었고 주님과 우리는 끊을 수 없는 더 끈끈한, 튼튼한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을 비난합니다.
[A씨/돌나라 관계자 (지난 5월) : 이 오지에 어린아이 5명 죽었다고 이 브라질 전역에 뉴스로 뜨고 이 가증한 귀신들의 XXX를 찢을 때가 되었사오니…]
[B씨/돌나라 관계자 (지난 6월) : 왜 우리 단체가 아이 잡아먹는 저런 집단이라고 얼마나 누명을 써가면서, 오늘 복수할 수 있도록 벌떡 일으켜…]
숨진 아이들을 전쟁터의 전우로도 비유합니다.
[B씨/돌나라 관계자 (지난 6월) : 유가족들 가운데 그 다섯 용사를 잃고, 눈물 질질 짜면서 내 자녀를 살려달라고 간구하는 그런 부모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전우의 시체가 그 자식일지라도 그 시체를 넘고 넘어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전진밖에 없습니다.]
현지 경찰과 우리 외교부 조사에 강하게 반발합니다.
[C씨/돌나라 관계자 (지난 5월) : 이것들이 입에서 과연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었겠으며 언론, 방송들이 과연 '사이비 교주 집단이다' 이런 말이 한마디라도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브라질 통계청도 경찰 수사와 별도로 지난달 돌나라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교육과 소득 수준, 출생사망률 등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은 돌나라 측의 해명을 받기 위해 사고 경위와 녹음파일의 의미를 수차례 되물었지만, 아무런 입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VJ : 장지훈·김민재 /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