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귀가 잘 들리지 않아도,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고도 힘이 닿는 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원로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정수아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 좋게 웃던 노배우는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자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신구/배우 : 그 남자가 외쳤지. '유대인, 인도로 다니지 마!']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여든 일곱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습니다.
연극을 한지 60년, 몸은 이제 예전같지 않습니다.
[신구/배우 : 잘 못 들어요. 대사 듣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만은…]
작년엔 갑자기 숨이 차더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급성 심부전 진단을 받았습니다.
몸 속에 인공 심장박동기를 심었지만 무대에 대한 그리움까지 멈출 순 없었습니다.
[신구/배우 :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고, 내가 힘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 다 쏟고 죽자…]
세계 최고령 리어왕을 선보인 배우 이순재도 얼마 전, 마지막 공연을 마쳤습니다.
16번의 무대에서 매번 3시간이 넘게 혼신의 연기를 쏟아냈습니다.
남들은 이들을 거장이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들은 마지막까지 배우고 또 가르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순재/배우 (지난 5월) :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세 번 할 때가 다릅니다. 왜냐면 그 경험을 쌓을수록 조금 더 숨어 있는 문학성, 철학성 이런 것을 찾아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