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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수년째 거듭된 불신…'철도 민영화' 진실은?

입력 2013-12-28 19:38 수정 2013-12-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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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규모 징계와 총파업 결의까지 온 철도 노조 사태. 거기엔 깊고도 긴 불신의 역사가 깔려 있습니다.

박소연, 신혜원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한복판 조계사에 눈이 내립니다. 눈 속에 작은 행진이 진행됩니다.

경찰 체포조를 피해 이곳에 온 철도노조 지도부를 응원하는 사람들입니다.

몇 시간 뒤 이곳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노조 지도부를 쫓아내라며 항의하는 사람들이 몰려온 겁니다.

[내보내! 내보내! 들어온 사람들 내보내!]

체포와 피신의 긴 싸움은 지난 일요일 시작됐습니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주변을 경찰 6,000여명이 둘러쌉니다.

투신에 대비하는 매트리스도 깔렸습니다. 철도 지도부 체포 작전입니다.

오전 11시 10분.

"팍!" 19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공권력이 투입되는 순간입니다.

유리창을 깨고 최루액을 뿌리며 강제 진입을 시작합니다.

경찰과 노조원들이 순식간에 뒤엉켜 아수라장이 됩니다. 노조원은 물론, 국회의원들도 끌려 나옵니다.

[끌어내!]

지도부가 있다고 지목된 13층까지 밀고 올라가 문을 부순 경찰.

천장 위까지 구석구석을 뒤지고, 한 사람 한 사람 수배자 전단과 대조합니다. 그러나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합니다.

곧바로 이어진 정당성 논란.

[신승철/민주노총 위원장(23일) : 무차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정해룡/서울경찰청 수사부장 : 거의 공개적으로 불법 파업을 지휘하는 양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연기처럼 사라진 철도노조 지도부가 다시 나타난 건 사흘 뒤.

바로 조계사였습니다.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 간곡한 심정으로 조계사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곧바로 조계사 주변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지만 지난 정부 시절인 2008년 이곳에서 곤욕을 치렀던 경찰은 쉽게 들어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곳 저곳에서 사복 경찰이 끌려 나갑니다.

경찰이 강제진입했던 민주노총 사무실에는 김명환 노조위원장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어 민주당사에 최은철 노조 사무처장이 피신합니다.

노조가 바라는 건 뭘까.

[손석희 앵커/뉴스9 (지난 26일) : 끝까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명환/철도노조 위원장 : 수서발 KTX를 분할하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면허권 부분이 있고요.]

정부도 적극 반론에 나섭니다.

[김경욱/국토교통부 철도국장(뉴스9 지난26일) : 심사에 의해 면허 발급하는 행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논쟁이 계속되는 사이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힙니다.

[현오석/부총리 : 신의 직장이고, 철밥통이라는 국민의 비난이 과장이 아닌 셈입니다.]

[정홍원/국무총리 : 명분도 없는 이야기를 갖고 계속 이야기 되는게 안타깝습니다.]

이어서 나온 최후 통첩.

[최연혜/코레일 사장 : 오늘 밤 12시까지 복귀해 주십시오. 이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정부가 수서발 KTX 법인의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할 것이라는 얘기가 돕니다.

[손석희 앵커/뉴스9 (지난 27일) : 11시에 (면허가) 발급되는 게 맞습니까?]

[김성태/새누리당 의원 : 저는 그렇게 확인하지 않고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가 나간 직후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옵니다.

[서승환/국토교통부 장관 : 수서발 KTX 운영 면허가 발급되었습니다.]

+++

[앵커]

이번 사태를 취재한 사회부 박소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결국 수서발 KTX 자회사가 논란의 핵심인데요. 수서발 KTX가 어떤 건지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예, 지금 서울역 등에서 출발하는 KTX를 수서역에서도 탈 수 있도록 일부 노선을 추가로 만드는 사업을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정부는 이 수서발 KTX를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코레일과 경쟁을 시키겠다고 하는데, 노조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사실상 민영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는 겁니다.

이 내용 보시죠.

+++

2015년 개통 예정인 KTX 수서역사입니다.

이곳에서 출발한 KTX열차는 경기도 동탄신도시를 거쳐 부산과 목포로 향하게 됩니다.

현재 코레일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금천구청역까지 새마을호를 비롯한 다른 열차와 같은 선로를 쓰다보니 이용객이 몰릴 때 열차편을 늘리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설이나 추석에는 물론, 주말에도 이용객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수서발 KTX. 수서역에서 평택까지 61.1km 구간에 새 선로를 깔고 평택부턴 경부선과 호남선을 이용하는 겁니다.

정부는 수서발 KTX의 하루 이용객이 5만 5천명에 달하는 등연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알짜 노선'이란 건데요, 정부는 왜 수익성이 높은 수서발 KTX를 코레일에서 분리하려는 걸까요?

정부는 코레일 부채 17조원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독점 운영체제인 코레일에 자회사를 세워 경쟁시키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최연혜/코레일 사장 (지난 10일) : 철도 운영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노조는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주장합니다.

중복 투자로 효율성만 떨어진다는 겁니다.

코레일 내부 문건도 수서발 KTX 개통가 개통되면 기존 서울과 용산역 등의 이용객 3만여 명이 수서역으로 간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흑자노선인 수서발 KTX를 민간 회사에 팔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겁니다.

[배준호/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 정권이 바뀌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민영화의 싹을 남겨둔 형태라고 봅니다.]

정부는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수서발 KTX 법인의 지분 구성도입니다. 코레일이 41퍼센트, 나머지 59퍼센트는 연기금 등 공적자금이 갖는 구조입니다.

민간 자본은 전혀 참여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입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지난 16일 : 정부가 그동안 누차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하지만, 결국 민영화 수순이라는 주장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박흥수/사회공공연구소 : 제로섬 게임이 돼요. 자회사가 잘 되면 모회사가 망하고 모회사가 잘 되면 자회사가 손실을 입는 구조인데.]

+++

[앵커]

그렇다면 민영화냐, 아니냐 이런 논란인데 박근혜 대통령까지 민영화를 안 한다는데 노조는 왜 못 믿는 거죠?

[기자]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오랜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정부가 수서발 KTX에 민간운영자 선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고 주장하는 겁니다. 이 내용 조금 더 보시죠.

+++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철도 적자가 늘어나면서 경영개선을 위한 국유철도 특례법이 제정된 건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김대중 정부 시절 운영은 민영화, 시설은 공단화 하는 방안이 떠올랐습니다.

숙제를 넘겨받은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 대신 공사화를 선택했습니다.

바통을 넘겨 받은 이명박 정부는 수서발 KTX 노선에 민간운영자 선정을 추진하면서 민영화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고 현 정부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

대신 코레일 자회사 설립 방안을 내놨습니다.

[여형구/국토교통부 제2차관 : 경쟁을 도입해서 철도 경영 전반을 효율화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민영화 수순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철/전 코레일 사장 : 수서발 KTX가 국영은 물론 아니고, 공영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민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신이 결국 철도파업과 강제 진입, 체포 작전과 피신, 그리고 최후통첩과 총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홍성걸/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대결의 대치고 갈등이라고 봅니다. 매번 강성노조에게 막혀서 좌절됐던 것이거든요.]

[윤순철/경실련 사무처장 : 서로 신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파업을 하는 건데 철도 문제 같은 경우는 국가 인프라기 때문에 준비기간 필요하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를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는 노력도 이어졌습니다.

국회는 어제(27일) 노사정 대화를 이어보려 했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제 모처럼 노사를 한 자리에 앉게 한 불교계.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노사정과 종교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뜻을 모아 협약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코레일은 오늘 최후통첩을 어긴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중징계를 예고한 상황.

검거 대상인 노조 지도부는 민주노총과 민주당사, 그리고 조계사에 피신해 있습니다.

오늘로 20일째를 맞은 철도 파업.

길고 긴 겨울을 이어갈지, 정부에 강경 진압될지,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 기로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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