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갑질을 호소하던 70대 경비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JTBC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조사까지 나섰죠. 그런데 100일이 지난 지금 그곳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훨씬 더 나빠졌습니다.
정인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남성이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2년 넘게 이 아파트에서 경비대장으로 일했습니다.
불과 석 달전까지만 해도 순찰을 돌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관리소장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던 동료가 숨진 뒤 추모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재계약이 거부됐기 때문입니다.
[A씨/경비 노동자 : 동료이자 부하 직원이 죽은 것에 대한 책임감 그거지. 다른 건 없어요.]
추모집회에 갔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라는 지시를 받은 동료도 있습니다.
업체가 보낸 공문엔 동료를 추모한 게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지시를 거부하자 외지고 좁은 초소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작은 의자와 책상만 있는 좁은 곳입니다.
[B씨/경비 노동자 : 그런 곳으로 가라는 건 그만두라는 소리예요. (동료가) 뛰어내릴 정도의 심정을 내가 여기 와서 미세하게나마 내가 이해를 했어요.]
동료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100일이 지났지만 더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겁니다.
[안으로만 삭여야 하는 그 억울함을… 인간답게 살아보자. {살아보자. 살아보자.살아보자.}]
문제는 이렇게 갑질을 호소해도 여전히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경비노동자들은 하청에 재하청으로 일을 합니다.
관리소장과는 다른 회사여서 직장 내 괴롭힘 구제 대상이 아닙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 (경비 노동자는) 몇 달짜리 초단기 계약을 맺고요.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폭언, 폭행 등 갑질을 당해도 자기 목소리를 내질 못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주요 경비업체에서 초단기 계약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시정지시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허성운·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