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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전성 승인없이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유통…경찰 대대적 수사

입력 2022-11-16 21:32 수정 2022-11-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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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은 JTBC가 취재한 내용입니다. 한해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습니다. 이때 다른 사람이 기증한 아킬레스건을 이식해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일부 업체가 이 아킬레스건을 둘로 쪼개 반쪽만 이식해온 것이 드러났습니다. 반만 썼으니까 돈은 벌었겠지만 이식된 반쪽 아킬레스건이 제 역할을 못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먼저 윤정민 기자입니다.

[윤정민 기자]

아킬레스건 모형입니다.

사망한 사람에게 기증받아 가공한 것을 본뜬 겁니다.

끊어진 전방 십자인대 수술을 할 때 이식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엔 기증자가 적어, 대부분 허가 받은 인체조직은행이 미국에서 수입합니다.

그런데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됐습니다.

[이상일/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 안전성이나 그런 문제들 때문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만 수입·유통할 수 있는데 허가받지 않은 조직이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공단은 즉시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경찰청은 인체조직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인체조직은행 10여 곳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않고, 반으로 자른 아킬레스건을 국내에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두 개로 쪼개졌지만, 온전한 인체조직처럼 병원에 유통시켜 환자 몸에 이식했단 겁니다.

반쪽 아킬레스건은 수술에 쓸만큼 굵기나 강도가 충분한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왕준호/삼성서울병원 교수 :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이 놀랐습니다. 반쪽 아킬레스건을 썼을 때 충분한 두께의 인대가 나올 수 있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경찰은 환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몸에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했는지 모른채 수술을 받은 걸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가 본인도 모르게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건데요. 경찰이 보니 이런 분들이 확인된 숫자만 수천명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이가람 기자입니다.

[이가람 기자]

기증 받은 아킬레스건을 이식하면 수술비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JTBC 취재결과, 건보공단은 보험료 지급 내역으로 승인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 수천개가 환자에게 이식된 걸 확인했습니다.

[이상일/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 파악한 것만 약 7년간 2000여 건입니다. 수사가 되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최소 2000명이 반쪽 아킬레스건으로 수술 받은 겁니다.

경찰은 최근 10년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해당 기간 인체조직 수입실적과 금액을 확인해보니 총 수입된 아킬레스건은 42000여개.

이 중 반쪽 아킬레스건으로 추정되는게 7600여개였습니다.

이들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승인받은 것처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세관 등 담당 기관을 속이기 위해, 반쪽 제품이라는 걸 표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같은 날짜에 수입된 아킬레스건 중 가격이 싼 건 반쪽 제품으로 추정되지만, 제품명은 똑같습니다.

경찰은 식약처 등 담당 기관도 부실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으면 십자인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진 않은지, 이 부분이 관건인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조해언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조해언 기자, 일단 이런 반쪽 아킬레스건을 유통한 업체들은 뭐라고 합니까?

[조해언 기자]

취재진은 몇 달 전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업체들을 두루 접촉해봤는데, 대부분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니까 이식받는 환자들에게 해가 될 게 없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D사 관계자 : 연필을 수입한다고 해서 연필이 몽당연필인지 아닌지 상관없잖아요.]

[앵커]

"몽당 연필도 연필이다"라는 건데, 이건 업체측 주장이고요. 전문가들은 뭐라고합니까?

[조해언 기자]

환자의 체격이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정교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의견을 물어보니,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왕준호/삼성서울병원 교수 : 두께가 8mm 미만인 경우 재파열 위험성이 높아 8mm 이상인 것을 꼭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명희/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 반쪽자리를 갖다 놓으면 환자는 회복하자고 하는 만큼의 회복이 안 되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반쪽으로 되는 환자도 있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도 많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환자들이 그런 정보를 알고 있습니까?

[조해언 기자]

환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이 아킬레스건 조직을 3D 모형으로 만든 걸 들고 나왔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터에서 봤는데 그거인가요?

[조해언 기자]

앞서 보여드린 모형을 3D 모형으로 만든 걸.

[앵커]

앞쪽으로 좀 해 보시겠습니까?

[조해언 기자]

들고 나왔는데 실제 수술할 때는 아킬레스건의 일부를 잘라서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서는 이 반쪽 아킬레스건을 써도 된다는 의견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들여온 거기 때문에 그 안전성과 질을 보장할 수 없는데 환자들도 모르게 사용한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전문가 의견 한번 더 들어보시죠.

[이준상/연세본사랑 의원 원장 : 보통 좀 더 질이 좋은 쪽을 1cm 정도 두께로 만들어서 삽입하는데 (반쪽이면) 선택의 여지 자체가 일단 없어지고…]

[앵커]

아킬레스건 다시 한 번 보도록 할까요?

[조해언 기자]

이렇게 저희가.

[앵커]

안쪽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반쪽으로 쪼갠다는 게 위아래가 아니라 폭을 잘라서 쓴다는거죠?

[조해언 기자]

이렇게 세로로 자른다는 건데요.

저희가 실제 조직을 가져올 수는 없어서 3D 모델링으로 구현을 해서 가져왔습니다.

[앵커]

그러면 넓은, 폭이 넓은 아킬레스건을 십자인대로 쓸 사람도 필요한데 그분들에게도 그런 반쪽이 갈 수 있다. 이런 얘기죠?

[조해언 기자]

그게 실제로 수술을 할 때는 아킬레스건의 일부를 잘라서 십자인대 역할을 대신하게끔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이 중에서 그러니까 이 넓은 곳 중에서 이만큼을 잘라서 쓰는 것과 애초에 반쪽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부분을 선택하는 거 차이에 선택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업체는 원가를 아끼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경찰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조해언 기자]

경찰은 일단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또 제품의 상품을 속여서 팔았다는 점에서 이제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반쪽 아킬레스건이 환자 몸에 이식할 수 없는 인체 조직일 가능성 여부도 좀 여부도 따져보고 있습니다.

(화면출처 : 네이버카페 '십자인대 환자모임')
(영상취재 : 정철원·정재우·박재현·신승규 / 영상디자인 : 신재훈·정수임·김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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