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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1000원 대학 학식'에 긴 줄…"고물가에 식비부터 줄여"

입력 2023-03-15 13:57 수정 2023-05-22 11:09

높아진 물가에 생활비 부담 호소하는 대학생들
각 대학, 정부 지원받아 '1000원의 아침밥' 사업 점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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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물가에 생활비 부담 호소하는 대학생들
각 대학, 정부 지원받아 '1000원의 아침밥' 사업 점차 확대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사진=이세현 기자〉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사진=이세현 기자〉
"높은 물가에 식비부터 줄였는데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아요."


오늘(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 앞. 오전 7시 40분부터 학생들이 긴 줄을 늘어섰습니다. 식당 오픈 시간인 오전 8시가 되자 식사를 하기 위해 학생들 40여명이 모였습니다.

경희대는 이달 13일부터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식사 가격은 기존 4000원 중에 정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가 1000원, 대학본부가 1500원, 대학 생협이 500원을 나눠 부담합니다. 최종적으로 학생이 내야 하는 식사비는 1000원입니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 사진은 식사를 위해 학생 식당 앞에 줄을 선 학생들의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 사진은 식사를 위해 학생 식당 앞에 줄을 선 학생들의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오늘 아침밥으로 나온 메뉴는 쌀밥과 김치순두부국, 미트볼튀김, 재래김구이, 무말랭이무침이었습니다. 단돈 1000원이라고 보기 어려운 한끼 식사였습니다.


혼자 학생 식당을 찾은 학생 이모씨(26)는 "현재 자취를 하고 있는데 평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먹곤 했다. 잘 챙겨먹으려고 해도 너무 비싸진 물가로 편하게 외식을 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1000원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 왔는데 너무 맛있고 좋은 것 같다. 매일 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학식 가격의 경우에도 과거 4000원에서 현재는 최고 6000원 전후까지 올라 부담스럽다"며 "아침에 이어서 점심도 이런 저렴한 가격으로 만약 제공이 된다면 부담이 줄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과 아침 식사를 하러 온 최모씨(21)도 "그래도 학교 밖보다 학식이 저렴해 먹어왔는데 (학식 가격이) 여전히 비싼 느낌이 있었다. 앞으로 이 가격이 이어진다면 의욕적으로 식사를 먹으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64명이 부담이 되는 지출로 식비를 언급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64명이 부담이 되는 지출로 식비를 언급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가장 부담되는 지출 '식비'…"외식 엄두 못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고물가 속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으로 식비를 꼽았습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이달 5~11일까지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164명(56.1%)가 식비 지출이 부담된다고 응답했습니다.


최근 물가 상승 이후 가장 먼저 줄이게 된 항목도 식비(1603명, 77.02%)였습니다.


경희대 주변 일반 식당들 역시 대학가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높은 외식 물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메뉴에 속하는 백반도 9000원이었고 돈까스 등 일식 식사메뉴의 경우 평균 1만 3900원 정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저렴한 식사쪽으로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경희대 측에서 준비한 1000원의 식사 100인분은 20분 만에 다 팔렸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마감된 탓에 학생 식당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영상=이세현 기자〉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영상=이세현 기자〉

■올해 아침밥 사업 참여 학교 40개…독자 재원사업으로 식비 지원하는 학교도

정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가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아침식사 결식률이 20대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29세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53%로 전체 연령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원래는 20대의 아침식사 결식률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지만 고물가 속 저렴한 식사를 찾는 대학생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정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는 대상 학교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런 저렴한 학생식사 제공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등입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올해 사업 참여 학교는 40개로 지난해 28개보다 훨씬 많아졌다. 값싼 양질의 식사를 찾는 수요가 반영된 것인데 학생들이 주로 식당을 찾는 점심 역시 저렴한 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 지원금 사업 이외에도 독자적인 학교 재정을 통해 식비 지원을 결정한 곳도 있습니다.

학생 수에 관계 없이 평일 아침 1000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전남 무안군의 목포대학교는 발전기금 등 학교 재원으로 식사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당초 한정된 인원으로 진행하려다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 호응도가 높아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생들 식비 등 생활비 부담 덜기 위해 정부·대학 등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대학 측이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비 뿐만 아니라 생활비가 워낙 뛰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식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정적인 생활비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최소한 먹는 문제 만큼은 일정하게 지원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 사진은 이날 학생 식당에서 아침밥 식사를 하는 학생들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 식당에는 오전 7시 40분부터 1000원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 사진은 이날 학생 식당에서 아침밥 식사를 하는 학생들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학식 가격이 많이 올랐고 이로 인한 학생들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검토됐거나 검토가 가능한지 등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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