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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포스코, 세무조사 '역풍'…적색 경보

입력 2013-09-03 19:59 수정 2013-09-0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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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3일 포스코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해명하고 있다.

'3년 만에 나온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재계는 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 이후 5년 주기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아왔다. 국세청이 3년 만에 다시 들이닥치자 이번 세무조사의 성격이 뭔지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실적 회복에 부진한 포스코로서는 이번 세무조사 역풍까지 맞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오전 경북 포항 본사와 전남 광양제철소, 서울 강남 대치동 포스코센터 등 3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개시, 회계장부 등을 확보 중이다.

포스코 측은 "국세청으로부터 정기 세무조사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물음표가 꼬리를 잇고 있다. 통상 정기 세무조사는 4~5년이 주기기 때문이다.

◇'3년 만의 세무조사'…과녁은 어디?

앞서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2005년과 2010년에 2차례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간 정기 세무조사가 5년의 주기를 두고 벌어진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 정기 세무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3년만에 세무조사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국세청에서 어떤 특이점이 있다든지 중점적으로 보는 업종 등은 4~5년 사이에 나올 수 있어 기업들이 대비하지만 3년이면 조금 얘기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정준양 회장을 겨냥한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9년에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오른 뒤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2월 재선임됐다. 임기는 2015년 2월까지.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정 회장 퇴진설은 끊임없이 업계에 나돌았다. 그가 MB맨이라는 게 이유다.

실제로 정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박대를 당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방중 외교에 동행했으나 국빈 만찬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10대 그룹 총수와 대통령 간의 오찬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그동안 매번 정권 출범기마다 포스코 회장직을 둘러싼 알력 다툼이 벌어진 것은 공공연한 비밀.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출범 후 당시 유상부 회장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끌어내렸고 이명박 정부도 출범 1년 만인 2009년에는 이구택 회장을 중도 퇴임시켰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퇴진을 위한 정부의 포스코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뒷소문만 무성하다.

단순 포스코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는 앞서 2005년 7월 벌인 세무조사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앞서 포스코는 2005년 7월 정기 세무조사에서 임시투자세액(임투세액) 공제 등을 부당하게 활용해 수천억 원의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이유를 들어 추징금 1797억원을 물었다. 명목은 정기 세무조사였으나 대구지방국세청에서 서울지방국세청까지 조사인원이 확대되는 대대적인 '특별(심층) 세무조사'로까지 번졌다.

포스코는 행정심판을 통해 이 중 882억원을 환급받았다. 나머지 중 550억원은 행정소송 2심에서 승소한 상태에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후 2008년 검찰이 포스코가 당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첩보를 접수, 대구국세청을 압수 수색을 하고 포스코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며 포스코를 궁지로 몰아갔다.

당시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고 검찰은 1개월 만에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포스코로서는 민영화 5년 만에 최대 위기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세정을 통해 포스코의 아픈 상처를 건드려 포스코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역외 탈세 문제도…포스코 부담감 가중

이와 함께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해외 조세피난처 이슈'도 이번 포스코 세무조사의 한 가능성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역외 탈세한 혐의자 200여 명의 신원을 확보하고 이들 중 3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는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은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 과세당국과의 공제를 통해 국내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세금 포탈 정황 확보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6월 국세청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케이맨 제도 등 대표적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의 한국인 관련 40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원본 데이터를 확보했다.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의 문제가 모기업인 포스코로 불똥이 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 7월 무기 중개업자들의 '리베이트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 대우인터 본사 등 5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 했다.

대우인터는 해양경찰청의 해상 초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 개입한 무기 중개업자들이 최소 수십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챙겨 해외 페이퍼컴퍼니에서 세탁한 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 계열사 간 부당 거래, 회계 처리상 문제 등 무수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포스코에 20~30여 명의 대규모 조사인력을 투입 조사를 진행 중이다.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는 물론 포스코의 일부 본부장 등 임원급으로부터도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세무조사 역풍까지 불어닥치자 포스코에는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는 최근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실현에 실패하며 낯을 붉혔다.

최근 수년간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계열사 수를 늘려오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오히려 수익은 줄어들었다.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의 계열사는 지난해 70개까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률은 20%대에서 지난해는 한 자릿수로 폭삭 주저앉았던 것.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해외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 2011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고 지난해 10월에는 'BBB+'로 내렸다. 무디스도 2011년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내린 데 이어 지난해 'BBB1'으로 강등했다. 세계적인 철강 업황 부진과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 떠안은 부실 자회사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

만약 이번 세무조사를 온전하게 피해가지 못하면 갈 길 바쁜 포스코는 거액의 추징금까지 물면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조사 강도나 기간면에서 강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가능한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판단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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