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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5년 만에 백골로 발견된 할머니, 사연은?

입력 2013-10-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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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부산의 한 다세대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의 백골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큰 충격을 줬는데요. 바로 옆방에 살고 있던 집주인조차 5년 동안 몰랐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었는데요. 부산에서 이런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째입니다.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시신마저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의 실태,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9월 30일,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주택가에서 60대 노인의 백골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이병문/부산진경찰서 형사1팀장 : 살은 없고 백골 상태로 옷하고 형체는 그대로 있고 백골이 돼서 뼈만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시신은 5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시신이 방치됐던 방 안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수북이 쌓인 먼지와 곳곳에 눈에 띄는 거미줄.

그릇에 담긴 음식물은 말라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시신이 누워있던 모습 그대로 바닥엔 검게 얼룩이 남았습니다.

이 방에서 사망한 67의 김 모 할머니.

경남 김해 출신인 할머니는 오래 전 가족과 헤어져 부산에서 혼자 살아왔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집 근처 절에서 할머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OO 사찰 관계자 : (언제부터 언제까지 근무하셨던 거예요?) 2001년도, 2002년도 그때 잠깐 근무하셨어요. (몇 년 정도?) 3년 정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

하지만 근무기록만 있을 뿐 할머니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OO 사찰 관계자 : 저희도 여쭤봤는데 아시는 분이 없어요. 그때 나가시고 나서는 거의 발길도 안 하시고 연락하시는 분도 따로 없으시고 해서….]

경찰은 5년 전 겨울 생활고와 추위를 견디지 못한 할머니가 변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병문/부산진경찰서 형사1팀장 : 겨울옷을 상·하의 아홉 겹을 입고 장갑을 끼고
양말을 신고 반듯하게 누워있는 상태였죠.]

할머니의 바로 옆방에는 집주인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왜 5년 동안 할머니의 죽음을 알지 못했던 걸까.

[이병문/부산진경찰서 형사1팀장 : (할머니가) 애초에 집에는 잘 안 있고, 짐을 보관하겠다 이런 형태로 전세 계약을 했고 (할머니가) 안 보여도 집주인은 보증금이 있으니까 (밀린 월세를) 나중에 보증금에서 빼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그냥 계속 있었던 거죠.]

취재진은 집주인과의 인터뷰를 시도해봤습니다.

[집주인 : 누굽니까? (JTBC입니다) 저하고 이야기 좀 하지 마세요. 나 아주 미치겠어요. 제발 좀 돌아가세요. (그 말씀만 해주세요. 5년 동안 할머니 안 찾아봤던 이유) 제발 좀 이러지 마세요. 동네 사람들 보기도 미안하고. 제발 좀 돌아가세요. 이제 그만 하세요.]

집주인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할머니의 시신이 5년 만에 발견된 사실을 이웃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웃 주민 : 한집(건물)에 사는데 5년은 있을 수가 없잖아요. 한 달 두 달이면 모르는데 이해가 안 돼요. 아이고, 이해가 안 돼요.]

부검이 끝난 할머니의 시신은 현재 병원 영안실에 쓸쓸히 안치되어 있습니다.

할머니의 이복 오빠가 시신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병문/부산진경찰서 형사1팀장 : (할머니와) 너무 오랫동안 교류가 없다보니까
연세도 많은데 지금 구태여 돌아가신 분 그렇게 받을 그런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

호적에 올라와 있는 아들마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유족이 끝내 시신 인수를 거부할 경우 할머니의 시신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시립공동묘지에 가매장될 예정입니다.

[이동희/OO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화장이나 매장이라든지 그런 절차를 못 밟고 지금 계신 저대로 천에 싸서 땅에 묻어놓는 겁니다.]

최근, 김 할머니처럼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가족마저도 외면한 김 할머니의 죽음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부산 동래구에서 사망한 지 5개월가량 된 백골 시신이 또 발견됐습니다.

최근 고독사한 김 할머니의 뉴스를 접한 집주인이 세입자의 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김석중/유품 정리업체 대표 :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파악한 바로는 (연간) 한 500에서 1000건 정도로 이야기하는데 실질적으로 본다면 파악되지 않는 숫자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보입니다.]

가족과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비극 '고독사'.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혼자서 외롭게 죽어가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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