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은 15일 대규모 군 열병식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에 알렸다.
북한 조선중앙TV와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이날 행사를 이례적으로 실황 중계했다.
인민군 육해공군 외에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등이 함께한 이날 열병식은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 이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행사여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한에서 `민족 최대명절'인 김 주석 100회 생일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벌인 것은 주민들에게 새 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병력과 각종 무기가 동원된 열병식 행사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북한 전역에 실황중계한 것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1위원장이 이날 행사에서 축하연설을 한 것도 당·정·군은 물론 주민에게 새 지도자로서 위상을 과시한 측면이 크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열병식 등의 공개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 1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지난해 12월31일 최고사령관직을 승계한 김 1위원장은 지난 11일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로, 1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에서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당-정-군의 최고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4월 들어 숨 가쁘게 진행된 김정은 체제의 골격이 사실상 완성됐고, 3대 세습 작업도 외견상으로는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양절' 행사에서는 `강성국가 진입' 선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이 자랑해온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초 북한이 김 주석 100회 생일을 전후로 `광명성 3호' 발사를 성공시켜 `강성국가 원년'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북한 매체들이 13일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를 간략히 전한 뒤 평양 만수대 언덕에서 진행된 김정일 동상 제막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위성' 발사 실패에 따른 부담을 덜고 주민의 눈길을 `김일성·김정일'로 돌리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후계자 수업기간이 2년도 안되는 김 1위원장으로서는 당분간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을 등에 업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또 김 1위원장이 한동안 `선군노선' 등 김 위원장의 유훈을 따르는 `유훈통치'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북한은 최근의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 위원장을 `영원한 당 총비서'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영원한 태양'으로 김 주석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또 노동당 규약과 헌법 서문에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의 당'으로 규정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명시했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이 외견상 모든 권력을 장악했지만 김 주석이나 김 위원장이 가졌던 카리스마와 권위는 하루아침에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을 앞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1위원장이 이날 열병식 축하 연설에서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1위원장은 한동안 유훈통치에 의존, 시간을 벌면서 자신의 통치스타일과 비전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외견상 3대세습을 완료했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통치스타일을 드러내기보다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후견세력의 도움 속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에 의존해 통치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