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태원 참사' 49재…막말·정쟁 참사에 두 번 우는 유가족

입력 2022-12-16 18:5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1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유가족들은 정부에 참사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죠. 하지만 참사 이후에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막말, 또 정쟁으로 인한 진전없는 국정조사로 인해서 여전히 가슴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49재가 오늘 전국 곳곳에서 열렸는데요. 종교계와 시민들이 추모제를 열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는 유가족협의회가 주최하는 시민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희생자의 지인과 유가족의 추모글 낭독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희생자들을 잊지 말고 함께 기억해달라는 취지인데요. 참사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유족들은 지난 40여일간 또 다른 참사에 고통을 받아왔죠. 참사가 낳은 참사라고 해야할까요? 다름 아닌 '막말 참사'입니다.

[정미진/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노유영 씨 어머니 (어제) : 자식을 팔아서 장사를 하다니요. 나라에서 위로금이랍시고 2000만원 준 걸, 2000만원 돈입니까. 다시 돌려주고 내 새끼 살려주십시오. 얼마나 예쁜 아들인데, 얼마나 예쁜 딸들인데 도와주십시오.]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 최근 유가족의 마음에 대못질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참사의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죠. 그런 유가족들을 향해 SNS에 "시체팔이", "자식 팔아 한몫" 등 막말을 쏟아낸 건데요. '나라 구하다 죽었냐'며 희생자들을 조롱하는가 하면 유족들의 단체행동을 '제2의 세월호'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저것들은 노란리본 한 8~9년 우려먹고 이제 깜장리본 달고 얼마나 우려먹을까"라는 게시물도 올렸는데요.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김 의원의 발언은 묵과할 수 없었나 봅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김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기로 했는데요.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들일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유승민/전 의원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 / 어제) : 창원에 무슨 시의원 한 사람이 망언을, 사람으로 할 수 없는 망언을 했는데 이거는 중앙당 우리 국민의힘 차원에서 정말 그런 사람은 당장 윤리위원 최고의 징계를 하고, 창원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거든요. 그런 사람은 정치 못 하게 해야 됩니다.]

김 의원은 망언 논란이 확산되자 일단 고개를 숙였는데요.

[김미나/국민의힘 창원시의원 (지난 13일) : 저의 잘못된 글로 인하여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시민 여러분들, 특히 유가족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상황부터 모면하고 보자였을까요? 김 의원의 변명, "공인인 걸 깜빡했다"였습니다.

[김미나/국민의힘 창원시의원 (지난 13일) : 제가 공인인 줄을 깜빡했네요. 제가 공인인 거를 인식을 못 하고 그렇게 한 발언이라서 죄송하다고요. 제가 공인이 아닌 시절에는 그런 발언을 했어요, 과거에.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이제 말을 조심해야 되겠다.]

김 의원의 면피성 사과에 유가족들은 분노했습니다. 진정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창원시의회에 항의 방문했는데요.

[정미진/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노유영 씨 어머니 (어제) : 유가족한테 '미안하다, 죄송하다' 하는데 그게 진짜 코스프레 같았습니다. 자기는 공직자인지를 잊었다고 하시는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그런 행보밖에 안 되는 거였고요.]

유가족들은 김 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난 생채기는 쉽게 아물지 않을 듯합니다.

[최경아/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준비위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저는 시체 위에 발길질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미나 의원은 본인이 그걸 깜빡했다고 하는데 자기가 어른인 것도 깜빡하셨나 봐요. 이 땅의 젊은이들, 158명을 지켜주지 못한 이 어른들이 할 소리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요, 그게 국민의힘 당원들의 분위기고 대통령의 입이라고 생각해요.]

상처에 소금을 뿌린 건 김 의원만이 아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원조 윤핵관들도 문제 삼았는데요. 앞서 장제원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며 지도부를 비판했었죠. 권성동 의원도 지난 10일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요.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태원이 세월호처럼 될 수 있다며 유가족협의회 출범 자체에 회의감을 드러낸 건데요. 유가족들은 색안경을 낀 윤핵관들의 인식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윤핵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며 탄식했는데요.

[최경아/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준비위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그러니까 어쨌든 유가족들이 모이는 걸 처음부터 너무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 프레임을 갖고 있다가 이제 그 말이 튀어나온 거죠. 정말 확실한 진상조사, 그리고 어떤 책임 있는 자들의 처벌, 이걸 원하는 거지, 거기에다가 세월호 얘기는 저는 그 속내가 너무 보이더라고요,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희생자에게 공감하는 대신에 자기들 안위만 걱정하는 거잖아요.} 네, 그렇죠, 그런 거죠.]

여기에 결정타 한 방이 더해졌죠.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지난 12일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해당 학생을 무너뜨린 건 악성댓글 같은 2차 가해였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도 2차 가해 논란이 일 법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국무총리의 입이었는데요.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생각이 조금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학생이 더 굳건했어야 한다', 학생의 죽음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의 발언인데요. 사실 한 총리, 이태원 참사 이후 적절치 못한 언행 문제로 몇 차례 뭇매를 맞았던 바 있죠.

[한덕수/국무총리 (지난달 1일) : {만약에 주최자가 있는 10만명 정도 모이는 행사였다면 안전이나 질서유지를 위해서 어느 정도 경력을 투입하게 됐었는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해야겠죠, 아닌가요?]

[전재수/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달 4일) : 자신의 어떤 영어 구사력, 영어 표현력에 대한 우쭐함, 묻어 있습니다. 저 표정 보세요. 그다음에 농담하고 웃고 우쭐대고.]

[한덕수/국무총리 (지난달 1일) :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시는지 질문했습니다.}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의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일) : 제가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습니다.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될 총리께서 외신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습니다.]

총리의 또 다른 실언에 유가족들도 할 말을 잊은 분위기입니다. 헛웃음만 나오는 듯한데요.

[송진영/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한마디로 '어이없다'죠.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국무총리도 마찬가지고 이게 말이라고 그냥 뱉어놓고 자기가 책임지는 그런, 아니면 반성하거나 사과하거나 그런 것도 없이 항상 이런 식으로 넘어갑니다. 이건 진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말이 아니죠. 이런 걸 보고 패륜이라고 하는 겁니다.]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막말 참사에 야당도 공격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선봉에 섰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최근에 정부·여당 인사들의 막말, 망언을 보면서 참 못됐다, 공감 능력이 없어도 어떻게 저렇게 공감 능력이 없을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사만큼이나 끔찍한 정부·여당의 행태, 희생자들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가족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막말 참사뿐이 아닙니다. '정쟁 참사'는 갈 길 바쁜 유가족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요. 이태원 국정조사특위의 활동 기한, 내년 1월 7일까지죠. 예산안과 이상민 장관 해임안을 둘러싼 여야의 수싸움에 이미 기간은 절반이나 날아갔습니다. 특위 출범 후 20일이 넘도록 회의 한 차례 못하고 공전 중인데요. 국조특위 활동은 사실상 예산안 처리 이후로 미뤄진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주부턴 국정조사를 시작하겠단 입장인데요. 공전한 기간만큼 조사 기간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당은 무슨 경우에라도 내주부터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본격 가동하겠습니다. 핵심은 진상규명인 만큼, 흘려보낸 국정조사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여당은 예산안이 처리된 뒤 국정조사에 임하겠다고 맞섰는데요. 국정조사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죠.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연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신 건가요?} 저희들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국정조사가 단기간에 빨리 마쳐져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고…]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예산안과 별개로 국정조사는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MBC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 어제) : 글쎄, 제 개인 생각과 당의 생각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민주당이 해임안을 내든지 탄핵소추를 추진하든지 무엇을 하든지 여당은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한 축으로서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 바라보고 국정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이태원 참사 49재를 맞아 참사가 낳은 또 다른 참사에 '줌 인'해봤는데요. 겹참사에 시달리는 유가족들, 언제쯤 이들에게도 안식이 찾아올까요? '줌 인' 한 마디는 유가족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조미은/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 씨 어머니 : 그 먼 길을 어찌 보내야 할까.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잘 가렴. 여기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귀머거리 장님들은 우리가 꼭 처벌할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