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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 경찰 교육 비웃는 학교폭력

입력 2012-03-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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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의욕적으로 나선 경찰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예방 교육을 비웃기라도 하듯 학생 간 폭행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4일 학교와 학부모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5시30분께 대전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 A(15)양 등 9명은 B(14)양 등 신입생 7명을 교정 뒤편으로 데리고 갔다.

B양 등은 선배들에게 둘러싸인 채 A양 등 2명으로부터 얼굴과 머리를 손바닥으로 폭행당했다고 학부모 측은 밝혔다.

피해학생 대부분은 반나절 넘게 얼굴에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로 얻어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학교에서 "신입생이 우리를 기분 나쁘게 쳐다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는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학생 처벌 수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을 강조하고 돌아간 직후에 폭력 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화상 시스템을 통해 10분간 폭력 예방 취지와 신고 요령 등을 전달했다"며 "교육을 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 날 대전 유력 인사들의 수많은 자제가 다니는 한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에 따르면 13일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남학생 2명이 동급생을 위협해 5천원을 빼앗아 갔다.

며칠 전 피해학생으로부터 5천원을 빼앗은 가해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일러바친 대가'라며 이날 낮에 다시 돈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에서는 이날 오후 3시10분부터 40여분간 경찰의 폭력 예방교육이 시행됐다. 교육이 이뤄지기 바로 직전 폭행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사후약방문'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안이 크든 작든 경찰에서는 미리 폭행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마포경찰서장이 학교폭력 근절을 강조하고 돌아간 직후 금품 갈취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학기 초부터 의욕적으로 교육에 나선 경찰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 학교폭력 사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성청소년계의 한 경관은 "'헛다리'만 짚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교육이 학생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초점이 일진회 등 심각한 폭력성을 가진 아이들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학교와 계속 접촉하며 모든 학생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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