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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혈액재고 비상…헌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6-01-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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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에 국내 혈액 재고가 2.1일분까지 뚝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메르스 사태에 이어 학생들의 단체 헌혈까지 줄면서 이렇게 됐다는 건데, 여기에 '헌혈을 하면 건강에 안 좋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들이 굉장히 좀, 얼핏 보기엔 구체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럴듯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팩트체크에서 이 내용을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헌혈 관련 루머를 체크해달라는 요청은 팩트체크에도 많이 들어왔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가 작년 말에 보내드렸던 2016년엔 이런 것 다뤄주십시오 할 때도 들어왔던 내용인데요.

시청자 이수익, 이순봉 씨를 비롯해 열 분 정도가 SNS, 이메일 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내용인 것을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요.

'충격, 절대 헌혈을 하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헌혈하면 적혈구 새로 만들어내느라 골수에 무리가 가 노화가 되고, 골다공증도 쉽게 걸리고, 영양소 빠져나가 키도 안 자란다. 그래서 적십자사 직원들도 30%밖에 헌혈 안 하며, 심지어 필요한 양보다 헌혈량이 많기 때문에 일부러 폐기처분하면서 가격을 조절해 장사를 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앵커]

이것 보는 분들은 '정말 그런가' 하고 걱정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헌혈 역사는 100년 정도가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연구가 있었을 것 아니에요? 저 루머대로라면 그동안 헌혈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싶기도 하고요.

[기자]

헌혈의 역사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1901년 오스트리아의 란트슈타이너가 혈액형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수혈과 헌혈의 역사가 시작됐는데요. 세계대전 거치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니 100년 넘는 동안 임상과 연구가 진행돼 온 셈인데 그렇게 밝혀진 연구결과만 가지고 말씀드리면, 먼저 골수에 무리가 간다는 주장, 의사들의 대답은 대부분 이랬습니다.

[전동석 교수/계명대학교 진단검사의학과 : 전혀 그런 거 없습니다. 골수는 어차피 우리가 출혈한다든지 하면 그만큼 만들어내는 거예요. 차라리 좀 더 액티브하게, 활동성 있게 변하겠죠. 피를 빨리 많이 만들어내야 하니까. 좋은 쪽으로 가는 거지. 헌혈은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건강한 사람의 경우 몸속에 있는 혈액 가운데 15% 정도가 예비로 있는 건데, 이 기준으로 720㎖(남성), 525㎖(여성) 정도 됩니다. 가장 많이 뽑는 전혈수혈의 경우 예비량보다 훨씬 적은 320~400㎖ 정도를 뽑으니 건강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키가 안 자란다거나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다. 나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데, 거기에 대한 반론은요?

[기자]

피를 많이 뽑으면 그만큼 몸속의 영양소가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는 게 루머 속의 주장인데요.

현재까지 골다공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것은 칼슘 섭취 부족, 여성호르몬 감소, 알코올, 흡연, 비만 등입니다.

일단 헌혈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고, 키가 안 자란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주장인데, 이 역시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이야기였습니다. 들어보시죠.

[한규섭 교수/서울대 진단검사의학과 : 키 자라는 거랑은 상관이 없어요. (주요 원인이) 칼슘인데 헌혈은 빠져나가는 성분은 철분이고 칼슘은 극미량이 나가는 거예요. 해롭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요.]

[앵커]

자, 마지막으로 매우 미묘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왜 적십자사 직원들은 30%밖에 헌혈 안 하느냐. 내용을 아니까 다 피하는 것 아니냐… 그건 뭐라고 얘기하겠습니까?

[기자]

관련해서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2년 전 조사한 게 있습니다. 적십자사 본사 직원들의 헌혈활동 참여 비율을 따져봤는데요, 2012년 43%, 2013년 39%였습니다.

이 수치를 보고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하진 않지만, 지금 우리 국민 전체 헌혈 비율이 6% 남짓입니다.

약물복용이나 빈혈 등으로 헌혈 못 하는 직원을 감안하면 적십자사 사람들이 헌혈을 피하고 있다고 보긴 힘든 수치인 거죠.

[앵커]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래도 적십자사 직원인데 100%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의사들의 경우는 어떨까를 또 짚어봤습니다.

전국 의대생들이 몇 년 전부터 나눔 릴레이라고 해서 헌혈과 조혈모세포 기증하는 운동을 매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의사들 역시 헌혈을 피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적십자사가 혈액 가지고 비싸게 받으며 장사한다는 주장도 있었죠?

혈액관리본부 측은 "혈액 수가는 경제적인 '원가' 개념이 아니라, 혈액을 채혈하고 관리하고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관리비용으로 정부가 정하는 거다. 또 OECD 국가들 혈액 수가가 보통 100달러를 넘는데, 우리는 40달러 정도로 높은 편도 아니다"라는 해명이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는 헌혈 경험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이번에 이걸 하면서 헌혈하겠다거나 아니면 팩트체크 팀도 같이 가서 헌혈하려고 했다고 들었는데, 했습니까?

[기자]

네, 저희가 다섯 팀이 있어서 화면으로 보여드리려고 했는데요.

저는 지난주에 굉장히 탈이 나서 약을 먹은 게 있었고, 빈혈이 있는 친구도 있고 해서 다섯 명 중 한 명밖에 대상이 안 됐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그 팀에 빈혈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런 것 같지 않던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무슨 얘기냐 하면, 헌혈 퍼센티지가 생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적십자사 직원들을 그렇게 오해할 필요 없다, 이런 얘기가 되기도 하겠죠.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만 오늘(11일)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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