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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박 대통령, '총리 지명권' 이양…공은 국회로

입력 2016-11-08 17:39 수정 2016-11-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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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8일) 오전 총리 지명권을 국회로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야당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총리 권한의 범위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야당 일각에선 대통령이 모호한 표현으로 국회의 자중지란을 유도했다는 일각의 분석도 나옵니다.

오늘(8일) 여당 발제에선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다양한 움직임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딱 2주일이 걸렸습니다. '최순실 사태'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통령이 국회에 손을 내밀 때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야당에 협조를 구해 '거국 내각'을 구성하라는 목소리가 아우성쳤지만, 꼼짝하지 않던 대통령입니다. 오늘 드디어 국회를 찾았지만, 분위기는 험악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면전에서 "하야하라"는 팻말을 흔들었습니다.

어쨌든 박 대통령은 국회의장과 마주 앉았습니다. 국회의장이 길게 말을 하면, 대통령은 짧게 답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의 첫 마디는 이랬습니다.

[대통령-국회의장 회동 :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 하고 또 국정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오늘 이렇게 의장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또 서민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적극 나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입니다. 그래도 어렵게 국회까지 왔는데, 비공개 대화가 꽤 길게 이어지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10분 만에 의장실에서 나왔습니다. 돌아갈 때도 대통령을 맞이한 건 "하야하라"는 팻말이었습니다.

비공개 대화에서 대통령은 딱 한 마디를 했습니다. 국회의장실이 언론에 공개한 대화록에 따르면, 정세균 의장이 730자를 말할 동안 대통령은 47자를 말했을 뿐입니다.

정 의장이 "총리의 권한을 정리해달라"는 취지로 길게 말하자,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일단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야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새누리당 : 지금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정국 정상화를 위해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새누리당 : 막혀있는 정국의 물꼬를 트고 국정 위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당부드립니다.]

오늘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딱 두 마디였습니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해달라" 그러면, "그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리겠다"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라는 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이로써 '김병준 카드'는 버린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총리의 권한 부분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습니다. 대통령 말만 들어선 전권을 주겠다는 건지, 아닌지 불분명합니다.

야당은 "미흡하다"는 반응입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야당이 제안한 취지와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더불어민주당 : 일단 저와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와 다르고 또 민심과도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단순히 국회의 추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전반을 맡기고 대통령은 국정에서 2선으로 물러선다, 라고 하는 것이 저와 야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이거든요.]

대통령은 공을 국회로 넘겼습니다. 여야 합의로 총리가 지명되면, 명실상부한 거국 내각이 탄생하게 됩니다. 벌써부터 손학규, 김종인,김황식 등 총리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리 권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고, 여야가 총리 인선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늘은 음악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모든 게 끝난 후 그녀가 오고 있어

이효리의 '텐 미닛'입니다. 오늘 박 대통령은 국회의장과 10분 남짓 회동했습니다. Just 10 MINUTES. 그동안엔 이 10분을 내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도 여론이 더 나빠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등 떠밀린 듯 이뤄진 '10분짜리 회동'이 국정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박 대통령, 총리 지명권 국회로 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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