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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나도 아기 낳게 되면 버릴 것 같아요"

입력 2013-10-04 09:10 수정 2013-11-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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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추석 전에 여중생이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버려진 아기가 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번에도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고 버렸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아 유기사건, 지난해 130여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일을 저지르는 미성년자의 나이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어서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취재 내용을 보니 "나도 아기를 낳으면 버릴 것 같다"는 한 중학생의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오늘(4일)의 긴급출동, 영아 유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8일 오후 1시경.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아파트 옆 공원에서 버려진 갓난아이가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하루 이틀 밖에 안 된 남자아이로 발견 당시 이미 숨은 끊어져 있었습니다.

[사건 목격자 : (경비원이) 계단 입구에서 보자기 씌운 걸 집게로 넣으려고 했는데 눈, 코, 입이 다 달려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인형인 줄 알았나 봐요. 미동을 안 하니까. 너무 놀라서 다시 확인해서 영아시체를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탯줄을 목에 걸고 피는… 목욕은 시키고 유기했나봐요.]

영아 유기범 수사로 원주 경찰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담당 형사/원주 경찰서 : 대부분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아요. (유기범이) 고등학생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수사 중입니다.]

유기범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CCTV에 담긴 모습.

경찰은 근처에 배회하는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일에 벌어진 여중생의 영아 살해사건은 미성년자의 영아 유기사건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김 양은 흉기로 아이를 찌르고 상자에 담아 베란다에서 던졌습니다.

아파트 난간과 외벽, 화단 곳곳에 온통 핏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담당 형사/부산 진 경찰서 : 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부모님들도 사실 복부비만이다 얘기를 해서 밥도 저녁도 굶기고 그런 모양이에요. 일단 좀 충격이 큰 관계로 지금 병원에서 심리 치료 받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의하면 평균 15.1세에 첫 성관계를 경험하는데 이 중 7.5%는 초등학교 때 경험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영아 유기사건도 2012년의 경우, 4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132건이 발생했고 이 중 10대 비율도 무려 58%에 달합니다.

늦은 시각의 한 공원, 이곳에서 취재진은 10대 청소년들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모양/중2 : 제가 아이를 가졌다면 버릴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애를 낳으면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학교 자퇴하고) 그냥 아이를 버릴 것 같아요.]

[박모군/고3 : 아이 지우는 것을 본 적도 있고 같이 가서 보호자로 가본 적도 한번 있어요. 아이 지우는 것도 엄청 간단하더라고요. 삼·사분이면 지우더라고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기 아동을 두고 갈 수 있는 '베이비 박스'.

길거리에 아기를 유기하는 대신 '베이비 박스'에 안전하게 놓고 가도록 만들어진 겁니다.

[이종락/주사랑 공동체 교회 목사 : 베이비박스엔 올 한해만 (2013년도) 189명이 들어왔다. 10대 아이들이 주로 많죠. 60-70%가 10대라고 보면 됩니다.]

갈수록 빨라진 성경험에 비해 성에 관한 지식이나 생명 윤리의식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아이들의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구요. 출산직후의 위기상황에서는 당연히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성교육이 있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고 그것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 내에서의 성교육도 중요할 수 있고 아이를 제대로 관찰하고 제대로 보호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습니다.]

성경험이 점점 늘어나고 그 연령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청소년들의 영아 유기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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