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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날씨 속 '촛불열기'…평화집회 12시간의 기록

입력 2016-11-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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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2일) 밀착카메라는 지난 주말 다시 한번 뜨겁게 불타오른 촛불집회 현장을 담았습니다. 단 한명의 부상자도, 또 연행자도 없었고, 집회가 끝난 자리에도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야말로 평화 집회였죠.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이제 어떡하나 걱정도 되지만 시민들이 내뿜는 현장의 열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은 일찌감치 시민들로 들썩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반발해 광장에서 밤을 보낸 예술인들이 텐트 밖에 나와 농성을 이어갑니다.

[신유아/설치미술작가 : 집에서 뜨개질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거 같아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길바닥에서 뜨개질하면서 농성하는 거예요.]

이 텐트 안에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보내온 응원 물품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안쪽을 보면 갓 지은 따뜻한 쌀밥도 있고 컵라면과 목도리 같은 보온용품도 있습니다.

풍물패 놀이판에는 최순실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최씨로 분장한 연극인입니다.

[김한봉회/연극인 : 즐겁게 웃으면서 세상 바꾸고 싶어서 이렇게 나왔고요.]

한 남성은 새끼손가락으로 박스를 들어 보이며 검찰의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비꼽니다.

이렇게 광장은 시위와 풍자, 그리고 놀이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해가 완전히 진 오후 6시 반. 청와대로 가는 길목마다에는 경찰 버스가 배치돼 있습니다.

경찰 버스는 이렇게 성인 한 명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주차돼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 경찰 차벽에 아기자기한 꽃무늬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붙여놨습니다.

촛불집회의 원동력은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조직력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였습니다.

[남영철/서울 상계동 : 아이들이 컸을 때 지금보다 더 밝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거리는 작은 촛불이 모여 물결을 이루고 거대한 촛불 파도는 굽이쳐 나아갑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 가운데 하나인 경복궁 네거리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이용해 높은 데서 바라봤더니 이 도로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밀착카메라팀도 시민들과 함께 이 도로를 걸어보겠습니다.

순식간에 율곡로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들어찼습니다.

많은 시민들로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도로 위에 잠깐 멈춰 섰습니다. 이곳의 기온을 온도계로 측정해봤더니 20.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같은 시각 기상청이 발표한 바로 옆 서울 사직동의 기온은 14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서로의 체온과 촛불 열기로 덥혀진 집회 현장의 온도는 무려 6도나 높았던 겁니다.

밤 10시 세종로 파출소. 집회에서 연행된 인원 없이, 조용한 가운데 시민들의 발길만 이어집니다.

[김영식 행정관/서울 종로경찰서 : 고맙습니다. 저희가 찾아 드릴게요.]

연락처를 남기면 사례를 받을 수 있지만, 신고한 학생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박지수/서울 서초동 : 누구나 주우면 갖다 주고 그러지 않을까요? 다 좋은 뜻으로 모인 거니까.]

수능을 마친 수험생은 여동생과 거리에 남아 쓰레기를 늦도록 주워 담습니다.

[김경민·김민지/경기도 화성시 : 누군가는 치워야 하는데 이럴 거면 내가 치우자 해서. 한 네 바퀴는 돈 거 같은데 (쓰레기가) 적어요.]

이런 손길 덕분에 집회가 끝난 후에도 도로는 깨끗했습니다.

이날 촛불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전국적으로 95만 명. 하지만 시민들은 평화를 외쳤고 경찰 연행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새벽 1시를 향해가는 이 시각 서울 광화문 주변 도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원활하게 교통 통행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촛불을 더욱 뜨겁게 밝히는 건 바로 이 시민의식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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