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일진회'와 '빵셔틀'을 아십니까. 일진회는 친구를 힘으로 누르는 가해학생들을 말하고, 일진회가 시키는 대로 빵을 사다 날라야 하는 피해학생들을 '셔틀버스'와 비유해서 '빵셔틀'이라고 합니다. 학교폭력에 찌든 우리 초·중·고등학교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대통령과 경찰청장까지 현장을 찾아 개선을 약속했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남궁욱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A씨/학교폭력 피해학생 부모 : 무례하게 말씀드려 죄송한데요. 엄마로선 저의 아이는 영구장애를 앓을 거 같거든요. 그게 제겐 너무 큰 상처입니다.]
중1 딸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한 어머니의 조용한 절규.
얘기를 듣던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도 굳어집니다.
과천의 학교폭력 상담센터를 찾은 이 대통령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어야 했습니다.
우선 가해학생들과 마주앉은 방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잔인한 가해자였던 이들이지만 사실은 저마다 상처를 품고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B양/가해 여고생(대역) : 중학교 때부터 가출하다 강전(강제전학)을 당했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보니 반항을 많이 했죠.]
[C군/가해 고등학생(대역) : 사고 많이 쳤죠. 친구들 많이 때리고, 선생님께 욕도 하고….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새엄마한테 적응을 못해서 자꾸 가출하고….]
그래도 이들은 상담센터에서 상처를 치유할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마음을 열지 못하는 중학생도 있었습니다.
[D군/가해 중학생(대역) : 부모님 하고 안 친해요. 저 안 좋아해요…]
피해자 방에서는 '빵셔틀' '찌질이' 같은 불편한 진실들이 터져나왔습니다.
[E군/피해 고등학생(대역) : 지금 학교는 계급사회예요. 일진이 있고 평범한 아이가 있고 소위 말하는 '찐따' '빵셔틀'이 있죠.]
[F양/피해 여중생(대역) : 피해학생들이 부모님께도 말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약한 아이라는 걸 말 못하기 때문입니다.]
[G양/피해 여고생(대역) : 상담도 떳떳하게 받지 못하는 게 상담 받은 게 알려지면 찌질이라고 낙인이 찍혀요.]
이 대통령은 이어진 피해부모·가해부모들과 간담회에서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 이번에 대책을 세울 때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워주는 게 안 좋겠느냐는 생각이다.]
마침 서울지방경찰청은 초·중·고교의 개학을 앞두고 31개 경찰서에 학교폭력전담경찰관을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강덕 청장은 한 중학교를 찾아 캠페인도 벌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약속에도 경찰청장의 캠페인에도 우리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조 모군/중학교 1학년 : (캠페인) 별로 효과는 없을 거 같은데요. 그런 거 해봤자 형들이 때리고 그러니까 쓸모가 없어요.]
[임 모양/중학교 1학년 : (캠페인) 그런 거를 한다고 해도 실천이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냥 그런거 보고도 무시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