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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고학력 워킹맘 '현실 차정숙'…"전 아내가 없잖아요"

입력 2023-05-07 17:57 수정 2023-05-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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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워킹맘 의사의 고군분투기를 다뤘죠.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도 '차정숙'처럼 고학력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여 의사의 임금은 남 의사의 70%, 과학 분야에서 여성 관리자 비율은 12.4%였습니다.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의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나 레지던트 밟으면 어떨까? 그때 포기한 거 많이 아쉬워"
"늙고 병든 전공의 누가 반갑다고 해"
- 드라마 '닥터 차정숙' 중 -

의사 배윤정 씨도, 아이 셋을 키우다 7년 만에 의사로 돌아왔습니다.

전업주부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일과 병행하다 결국 사직을 선택했던 겁니다.

[배윤정/내과 의사 : 일을 하면서 나머지 둘째랑 셋째를 다 낳았거든요. 출산하기 하루 전까지 일하고 그다음 날 애를 낳고…애들을 부모님께 맡겨 놓고 거의 가보지 못한 적도 되게 많았어요. 7년을 해봤더니 도저히 유지할 수 없다는 거를 제가 느끼게 됐어요.]

하지만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배윤정/내과 의사 :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는 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제가 그 과정을 벗어났기 때문에 다시 그 과정을 타기는 되게 어려워요.]

경쟁이 치열한데다가, '남성 중심 문화'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윤정/내과 의사 : 대놓고 여선생 뽑으면 출산이란 이런 것 때문에 힘들어진다고 그럴 때는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냥 참고 듣는 거죠.]

'엄마 과학자'가 겪는 세계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윤정인/유기화학자 :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게 '여자 연구원을 채용하면 일을 안 한다'라고 하세요. 연구자로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자기 연구에 소홀하다는 것만큼 나쁜 평은 없는 거니깐 이제 그런 평을 듣지 않으려면 그냥 그만두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이 돼 버리는 거죠.]

경력 공백을 의지만으로 해결하긴 어려웠고, 결국 창업의 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윤정인/유기화학자 : 가장 중요한 건 꾸준히 연구를 했다는 능력치인데 휴직으로 인해서 중단되면 저희는 2년 동안 일을 한 사람이 아닌 거예요. 입증할 자료가 전혀 없는 거죠.'나 생각보다 능력이 없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다 보면 자발적인 퇴사를 선택하게 되죠.]

고학력 여성의 경력단절과 관련해, 제가 주목한 퍼센트는 12.4%.

과학기술 연구분야의 '관리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입니다.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를 거치면서 여성 과학자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 관리자론 12.4%만 남게 된거죠.

관리자 비율이 낮은 건 임금에도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여 의사의 연평균 임금은 남성 의사의 69.6% 수준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이같은 관행을 바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단 지적입니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 하버드 경영대학원이나 로스쿨을 나온 훌륭한 여성들이 경력을 잘 유지하다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사례를 다룬 책이에요. 여성들이 가정을 선택한 것이 가정을 선택을 당한 것이죠. 제도의 변화, 관행의 변화 이런 것들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은 3년 뒤인 2026년까지 '여성 할당제'를 법으로 의무화했습니다.

유럽연합 내 모든 상장기업은 이사회의 40%를 여성을 비롯한 '과소대표된 성'으로 채우도록 한 겁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비율은 5.2%에 불과합니다.

이같은 문화 속에서 누구나 '아내'가 필요하지만, 아내가 되는 건 여전히 여성들만의 몫이었습니다.

[배윤정/내과 의사 : 제가 '너 왜 이렇게 오래 쉬고 있니'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아내가 없잖아' 누군가의 아내가 있어야 잘 굴러갈 수 있는 세상인데…]

(작가 : 최지혜 / 영상디자인 : 허성운, 이창환 / 영상그래픽 : 이송의/ 인턴기자 :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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