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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세무조사 공세... "해도 너무 하네" 재계 '속앓이'

입력 2013-09-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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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세무조사 공세... "해도 너무 하네" 재계 '속앓이'


"자고 일어나면 '세무조사' 소식에 피곤하다. 특별이든, 정기이든 기업입장에선 위축되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 사정당국의 조사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돼 우려스럽다."

10대그룹 임원의 말이다. 심지어는 최근 열흘간 거의 매일 꼬박 밤을 새웠다고 말하기도 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가 몸을 움츠리고 있다. 사정당국이 잇따라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서자 해당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새는 세금을 막아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조사가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국세청은 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감사팀 30여명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서울과 광양, 포항 등 3곳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정기 세무감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일에는 국세청이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세무조사를 받기는 2007년 이후 6년 만이다.

국세청은 현재 한국GM, NHN,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E1, 동아제약, 동서그룹, SK케미칼, 코오롱글로벌, CJ E&M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또 KB국민은행, SC은행,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증권 등 금융회사,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기업까지 전방위 세무조사 중이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이제는 법도 어지간히 통과됐고…,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역시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이제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당시 재계는 사실상 종결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경제민주화가 다름 아닌 재벌개혁을 의미했기에 더 이상의 사정 회오리는 없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롯데그룹의 심장부인 롯데쇼핑에 150명의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부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을 중심으로 조사1국, 조사2국, 국제거래조사국 등이 대거 투입됐다. 정기세무조사로 볼 수 없는 대목이었다.

시장에선 정부 출범을 전후해 유통 공룡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설이 공공연한 비밀 처럼 떠돌았다. 골목상권 침해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야기한 롯데, 신세계, CJ 등이 '1차 타깃'이라는 얘기가 인수위 시절부터 나돌았다.

이쯤 되자 재계에선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의 경우 정기세무조사인지, 특별 세무조사인지 알려주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국세청이 '일단 털어보면 뭐라도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기간이 길어졌다는 불평도 쏟아냈다.

재계 관계자는 "국세청 직원 한 사람당 3개 기업을 맡아서 조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되면 기업으로선 조사받는 기간이 길어져 힘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수정권인지 진보정권인지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지난 7월 사장단회의에서 강연자로 나선 김상조 교수에 맞서 "기업 입장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지금도 충분히 나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10대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이렇게 불확실성을 높여놓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겠느냐"며 "투자든 뭐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한편 너무 많은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서 재계 일부에선 '조사를 받지 않는 기업은 기업 축에 끼지 못한다'는 한탄 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탈세 혐의가 있어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세수 확보를 많이 할 수 있는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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