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컴퓨터 글꼴로, 또 대통령 연하장에서도 볼 수 있는 글씨체의 주인공은 늦깎이 공부로 한글을 익힌 경북 칠곡 할머니들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수업을 더 못 듣고 있었는데, 오늘(25일) 할머니들을 위한 마지막 수업이 열렸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수업에서 모르는 걸 자꾸 묻자,
[김영분 : 이렇게 물을 줄 알았으면 집에서 좀 묻고 배워서 올 걸…]
그래도 받아쓰기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호국, 선비…김영분, 100점]
처음엔 이름 쓰는 게 목표였습니다.
[권안자 : 내 이름 석 자라도 쓸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그러다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시로 써 내려갔습니다.
[80이 넘어도 어무이가 좋다. 어무이가 보고 싶다]
2천 장 넘게 써내려간 한 자 한 자는 글씨체로 남았습니다.
이젠 고향에 붙은 현수막에도, 컴퓨터 문서용 글꼴에서도, 대통령 연하장에서도 볼 수 있는 글씨가 됐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계속할 줄 알았지만 처음엔 코로나가, 이젠 건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자려고 누워도 칠판이 아른거린다는 할머니들의 말에 오늘 마지막 수업을 열었습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기까지 꼬박 90년이 걸렸습니다.
[김영분 : "더 배우겠다 싶었는데 마지막 수업이라서 좀 그러네요. 쓸쓸하니 좀 안 됐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에게 마지막 수업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김영분 : 영어를 좀 배웠으면 싶어요. 글이라고 하는 것은 배울수록 또 배워지더라고요.]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