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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지원자 0명' 소아과 의료진 부족 사태, 원인과 해법은?

입력 2022-12-23 10:29 수정 2022-12-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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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레지던트, 그러니까 전공의의 수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수면위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지난 2019년부텁니다.

2019년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80%. 경쟁률이 1대 1도 안 된 겁니다.

문제는, 2020년도 74%, 2021년도 38%, 2022년도 27.5%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사실.
심지어, 내년도 상반기 지원율은 16.6%에 불과했습니다. 199명을 뽑는다고 했는데, 지원자가 33명밖에 없었던 겁니다.

소청과 모집에 나선 전국 주요 종합병원 66곳 중 56곳은 지원자가 0명. 아예 없었습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인력이 지금 40% 이상 거의 60% 가까운 진료 인력이 공백이 생겼기 때문에 당연히 향후에는 진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고요. 저희가 조사에 한 바에 의하면 내년에는 대략 70%의 병원에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그런 대답을 얻었습니다."

'병원이 좀 멀거나 작은 곳이라 그런것 아냐?'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우리가 자주 들어본 '큰 병원', 가톨릭 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한림대성심병원, 가천대 길병원, 일산 백병원, 부산 백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등도 지원자가 전무했습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저희가 지금 올해까지 3년 동안 (강남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를 1명도 받지를 못했습니다. 사실은 1명이 지원을 했었었는데 중도 사직을 해서 현재 3년 동안 전공의 유입이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의 대형 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아예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꼽은 주요 이유는 '인기과 편중 현상'과 '진료 수가'입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와 같은 인기 과로 의대생들의 지원이 몰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수련 끝에 전문의가 되고 나면, 나중에 개원을 하든, 다른 병원에 취직을 하든 갈 곳도 많고, 찾는 환자도 많다보니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겁니다.

그럼, 진료수가는 어떨까요.

'소아과가 다른 과보다 진료수가가 더 낮은가?' 그건 아닙니다. 동일한데, 이 동일함에서 오는 문제점들이 있는 겁니다.

여러분, 감기 걸렸을 때 바로 병원에 가나요? 약국약 먹고서 참다참다 못 버틸때쯤 가죠.

그럼, 병원 갈 때 보호자랑 같이 가나요? 아뇨, 혼자 가죠.

자, 요즘 같이 추운날 어린이집과 유치원 곳곳엔 감기가 정말 '무한 루프'로 반복됩니다.

우리 아이가 먼저 걸렸다? 그럼 그 감기가 다른 아이로, 또 다른 아이로.. 한바퀴 쭉 도는거죠.

근데 이게 추운 날만 그러냐, 환절기 때도 그렇습니다. 학기 중, 원 내에 감기 걸린 어린이가 아예 없는 날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럼, 병원을 가는데 이 아이가 혼자 갈 수 있느냐. 못 그러죠. 보호자와 같이 가야죠.

일단 여기서, 1명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인원 수부터 차이가 납니다.

그럼 이제 진료실에 들어가면 또 일사천리냐.
우리 성인들이야 말 안해도 알아서 아 하고 목을 보여드리고, 바로바로 청진기도 댈 수 있게 하지만 아이들은 또 이게 다릅니다.
아~ 입 벌리고 그 속을 보는 것도, 청진기를 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혹여나 귓속이나 콧속을 들여다 본다? 울음바다가 되죠.

진료실 내 진찰시간보다 어찌 보면 달래고 설득하는 시간이 더 걸릴 정돕니다.

[김지홍/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소아의 경우에는 정맥주사를 하나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같이 협업을 해야 되고...수가는 같지만 그 인력이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그 보상이 더 높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수가를 받고 있다면 유지가 힘들다는 거죠."

부모도 아이 데리고 소아과 한번 다녀오면 진이 빠질 정돈데, 계속해서 환아를 봐야 하는 입장에선 어떨까요.

하물며, 이렇게 진료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 입에 뽀로로 사탕이나 작은 장난감 같은걸 쥐어주는 병원도 있습니다.

[김지홍/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소아청소년과의 특성에 따른 그런 노동 집약적인 업무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병원에서 항상 인력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제일 최하위가 되고요. 또 이번에 이러한 코로나라든가 최악의 그런 저출산으로 인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전공의 지원이 점점 기피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를 통해 고통받는 건 아이들과 그 보호자, 그리고 현직 전문의들입니다.

수련하는 후배들이 들어와야 노하우를 전수하고, 업무도 분담할 수 있는데, 이렇게 10%대까지 지원율이 떨어지면 과 자체가 고사위기에 빠지게 되는 거죠.

지금까진 전공의가 할 일까지도 전문의들이 서로 품앗이해가며 버텨왔는데, 이젠 그럴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서 입원 진료 중단 결정을 내리는 병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지금도 이미 소아과에서 진료 한 번 받는 일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요즘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소아과 진료예약을 할 수 있는데, 이 예약이 완전히 '대학 수강신청' 급으로 어려운 병원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젠 입원 진료나 응급 진료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가 됐죠.

[김다영/서울 상암동]
"진짜 응급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릴 경우엔 저희가 종합병원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출산율이) 저조한데도 그 아이들이 갈 병원이 없다는 것이 되게 아이러니해요. 아이를 낳아라 하지 말고, 거기에 맞게끔 병원도 넉넉해야 정말 엄마들이 발 동동 구르지 않고..."

아마 이 영상을 보고 계신 여러분의 마음도 비슷할 텐데요. 그럼 의학계에선 당장 시급한 대책,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요.

[김지홍/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개입해서 이것을 수가로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기피를 하고 있는 전공의에 대한 직접 임금 지원이라든가 또 PA라고 하는 전문 간호사를 훨씬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직접적인 지원이 시급하게 필요하고요."

말 그대로 응급 상황입니다. 필수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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