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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 대통령, 새해 첫날 '기습 간담회'…뭘 노렸나

입력 2017-01-02 18:50 수정 2017-01-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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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2일) 직무정지 23일 만에 침묵을 깨고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열었습니다. '자숙의 시간'을 가져도 모자랄판에 공개적으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죠. 내일 첫 본재판이 열리는 탄핵심판 심리에 맞서 '여론전'에 나선걸로 분석되는데요.

청와대 발제에서 박 대통령의 노림수가 뭔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불과 30분전에 간담회 일정을 통보했습니다.

한광옥 비서실장과 떡국을 먹다가 갑작스럽게 소식을 듣게 된 기자들은 부랴부랴 간담회 장소인 청와대 경내의 상춘재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노트북도, 카메라도, 휴대전화 반입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전속 촬영기사가 찍은 영상과 사진만 언론사에서 쓸 수 있도록 배포됐습니다.

기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기습적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였습니다. 직무 정지 중에 공식 일정을 강행하는 것 자체도 법적 논란의 소지가 큰데요. 그렇게 추진된 일정 조차도 '일방 통행'식이었던겁니다.

기자들에게 '한 식구 같이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곧이어 '오보를 썼다', '근거없는 보도를 했다', '허위를 남발했다'고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기자간담회 (어제) : 암만해도 이제 이쪽에 오시게 되면 소식도 더 많이 들으시고, 또 이해를 더 하실 수도 있게 되고 그래서 한 식구같이 이렇게 생각을 저는 합니다.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어디 방송 나오는 이런거를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가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되고 그래 갖고 종을 잡을 수가 없게,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또 그보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조금 있다 보면 '아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맨날 이런식으로 가서…]

박 대통령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탄핵 변론 기일을 겨냥해 '여론전'에 나선 모습입니다.

박 대통령은 뇌물죄 근거가 될 수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지원에 대해서는 자신은 '엮였을 뿐'이라는 표현을 쓰며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기자간담회 (어제) :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셨듯이 완전히 엮은 것입니다. 어디를 도와주라 한 거하고는 제가 정말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그 누구를 봐줄 생각, 이것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하지만 특별검사팀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안종범 전 수석-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엮인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관련 지시를 내린 '몸통'인지는 특검 수사로 가려지면 될 일입니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필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공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 얘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말을 쏟아낼수록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진지하게 충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제 박 대통령은 KD코퍼레이션과 김영재 의원에 대한 지원이 있었다는걸 직접 '실토'를 했습니다. 중소기업을 도왔던 것일 뿐이다, 즉 국정운영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방어논리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져보입니다.

왜,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중소기업과 개인 병원 가운데서도 유독 최 씨와 엮여있는 회사에만 지원이 집중됐을까요?

박 대통령은 또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습니다.

[기자간담회 (어제) : ((차은택씨가) 장관과 수석 추천하라 해서 자기가 추천했더니 그 사람들이 됐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그렇게 차은택…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제 너무 오늘 많은 얘기를 하는 거고, 또 이렇게 되면 또 이게 특검하고 또 이렇게 있는데 서로가 좀 입장이 좀 불편해지기 때문에 계속 너무 이렇게 말을…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하실 수가 있어요, 사실은…]

헌재가 상세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논란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는데요. 평일에 '관저'에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특히나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쳤습니다.

[기자간담회 (어제) : 저는 이제 한번 몰두를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챙기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 지나고, 그러니까 저녁때가 되면 더 허리도 아프고 막 어깨도 아프고 그럴 정도로 챙기고. 또 토요일, 일요일도 어떤 때는 밀렸던 것을 하지 않으면, 이제 자꾸 밀리면 한도 없기 때문에 대개 휴일도 그렇게 보내는 때가 많은데, 그날은 마침 일정이 이제 비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의 어제 기자간담회 발언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팩트와 증거로 의혹을 반박하지 못하고, '감정적 표현' '동정론'을 동원해 의혹을 뭉개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엿보였습니다. 특히 위법 사실이 명백한 비선진료 부분에서 더더욱 그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기자간담회 (어제) : 너무 피곤하고 또 그렇다고 얘기를 하면 그거는 의료 거기서 알아서 처방하는 거지, 거기 무슨 약이 들어가는지 그거까지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뭐 써서는 안 될 약을 썼겠어요? 설마 하니?]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새해 첫날="" 기습="" 간담회…박="" 대통령="" 뭘="" 노렸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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