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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만 깡통아파트' 전세입자에 부채 폭탄

입력 2012-10-22 07:00 수정 2012-10-22 07:02

경매 땐 전세금 상당액 증발…가계부채 축소만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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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땐 전세금 상당액 증발…가계부채 축소만이 해법

집주인이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세입자들에게 대형 `부채 폭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시장 불황으로 34만 가구에 달하는 깡통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경매 땐 세입자들이 전세금의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2년 뒤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일종의 부채여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1천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 하락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에 근접하고 있어 집주인이 파산하면 세입자까지 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벼랑 끝에 선 `깡통 아파트' 세입자

22일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와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 공인중개업소 설문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금 비율이 집값의 70%가 넘는 아파트가 전국에 34여만 가구로 추산된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은 79%였다.

이들 34만 가구의 부채만 약 110조원이다.

전세보증금은 2년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처럼 이자를 내지는 않지만 집주인은 채무자, 세입자는 채권자가 되므로 사실상 채무인 셈이다.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금융업계는 평시 LTV가 80% 이상이면 깡통아파트로 추정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극심한 경기 침체기에는 70% 이상이면 사실상 아파트를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것으로 본다. 아파트 값이 3분의 1토막 나는 곳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총액은 1천700여조원이다. 주택담보대출 총액 360여조원, 가계 대출 총액 1천여조원, 전국 전세금 총액 300여조원이다. 아파트를 모두 팔아야 대출금과 전세금을 간신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입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세금은 은행 근저당보다 뒷순위 상환이 많아 상당수 세입자가 대형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다.

임대차보호법으로는 아파트가 경매로 처분될 때 상환 순위가 은행 대출채권이 우선이고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대부분 나중이다. 전세보증금 보호한도가 있지만 대부분 전세 금액에 턱없이 못 미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과 서울에서는 전세보증금을 각각 6천500만원, 7천500만원까지 보호받는다. 광역시와 기타 지역에서는 각각 5천500만원, 4천만원을 넘는 보증금은 보호받지 못한다.

◇ 역전세난 땐 전세금 증발 현실화

세입자들의 불안을 악화시키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주택 매매가가 떨어지고 전세금은 고공행진을 벌인다는 점이다.

주택가격 하락 탓에 전세 수요가 많은데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소형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택 전세금은 2009년 3.4%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12.3%나 급등했다. 2001년 16.4%가 오른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도 올해 9월 기준으로 62.1%다. 200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세입자 불안을 증폭시킨다.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전체 가계부채가 2천조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96%에 달하는 것으로 키움증권이 분석했다.

집값 하락과 전세금 상승이라는 모순된 부동산 시장 탓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빚더미에 올라 있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조정식 의원은 전세 차입금을 가계부채로 포함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가계 부채 규모가 1천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조 의원은 "전세금을 가계 부채에 포함하면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면서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 현황을 판단할 때 전세금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간과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역전세난이 확산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

2008년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 급증으로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졌을 당시 계약이 끝난 전세금 반환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현재도 집값 하락과 막대한 주택대출금을 고려하면 역전세난이 발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내 줄 여력이 없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가계부채가 현재 속도로 늘어나면 2016년에는 1천377조원에 이른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57.1%에 달하게 된다.

가계부채를 당장 줄이지 않고 전세금 인상으로 `부채 폭탄'을 피하는 데 급급하다간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부채 수렁'을 빠진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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