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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그들이 '나쁜 장애인'이 된 이유…"한 달간 외출 3회 이하" 21.7%

입력 2023-01-08 18:37 수정 2023-01-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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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 시간입니다. 지난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전국 장애인차별 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는 서울시와의 협상을 위해 잠시 중단됐죠. 하지만 오세훈 시장과 면담은 난항 속에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나쁜 장애인'이란 비난까지 받으며 시위를 이어가는 그들이 말하는 '장애인 이동권 실태' 안지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장애인의 이동권' 관련해 저희가 주목한 퍼센트는요, 바로 21.7%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2020년 조사에서 지난 한 달간 외출 횟수가 '3회 이하'라고 답한 장애인 응답자 비율입니다.

'월 1~3회'란 응답이 12.9%, '전혀 외출하지 않았다'라는 응답도 8.8%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 상황임을 감안해도, 응답자 5명 가운데 한 명꼴로 한 달에 세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수치를 주목한 이유는 외출이 쉽지 않다는 건, 일상은 물론, 경제 활동의 기회마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 가운데 버스의 경우,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 비율은 지난해 기준 30.6% 이마저도 시내버스에 해당하고, 시외버스는 0%, 단 한 대도 없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뜻하는 '1역사 1동선', 서울 지하철의 경우 현재 93.4%까지 달성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일부 환승 시 장애인의 경우 개찰구를 통과해, 역을 아예 나갔다가 길을 건너 다시 승강기가 있는 지하철 출구로 이동해야 하는 등 여전히 제약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승구간이 긴 10개 역을 따져봤을 때,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의 경우 환승 거리 자체도 7배나 차이 났고, 환승 소요 시간은 11배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하철을 내려서 도착 지점까지 환경도 녹록지 않다 보니 '콜택시'를 선호하지만, 평균대기 시간은 지난해 기준 39분.

이마저도 편차가 크다 보니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콜택시 타는 것을 포기한다고 말합니다.

[배재현/중증장애인 :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니깐 (콜택시를) 타면 지각을 해요. 제가 조금만 빨리 움직여서 지하철을 타면 지각을 안 해요.]

[강일수/중증장애인 : 장애인 콜은 시간 약속을 못 해요. 병원 갈 때도 보통 1, 2시간 전에 가야 해요.]

때문에 해외 선진국들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따로 설치하기보다는 애초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배리어 프리'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아예 일반 택시도 휠체어를 실을 수 있도록 하고, 지하철에서도 좌석 자체를 접이식으로 만드는 식입니다.

이동권 확보를 통해 이들이 원하는 건 수혜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배재현/중증장애인 : 저희가 아직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고 있구나'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소위 말하는 밥버러지처럼…]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씨도 처음 얻은 일자리는 '건물 청소'였다고 합니다.

[장차현실/정은혜 씨 어머니 : 스무 살이 된 발달장애인 정은혜 씨가 갈 데가 아무 데도 없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집에만 있게 됐어요. 은혜 씨가 갖고 있는 어떤 재능을 인정하기보다는 이 사람을 비장애인처럼 살도록 교육하고 훈련하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림을 그려 경제 활동을 하고 있고, 은혜 씨처럼 장애로 인해 특별한 그림을 그려 소득을 내는 화가들이 더 있었습니다.

[정은혜/화가·배우 : 동료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점심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고 '썸'도 타고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용된 장애인의 32.6%가 단순노동에 그치고 있고, 고용률 역시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64만 4700여 명에 이릅니다.

전체 인구의 5.1%.

하지만 우리의 일터에서, 또는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이 5.1%나 되는 이들을 마주치기 힘든 건 단지 우연이었을까요? 

[영상취재 : 김대호 / 영상디자인 : 신하림 이창환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취재지원 : 김연지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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