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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 공방 계속…정치적 의도? 표현의 자유 침해?

입력 2022-10-0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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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 논란, 문체부는 해당 작품이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뤘다고 지적했는데요. 행사를 주관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결격사유로 정해놨던 승인 사항을 위반했다며 후원 취소까지 예고했습니다. 웹툰협회와 민주당은 문체부가 '정치적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오늘(5일) 국감에서도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치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 만화, 만화축제에서 금상을 받았죠. 102억원을 해당 행사에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작품을 문제 삼고 나섰는데요.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이란 겁니다.

심사과정을 조사하겠다던 문체부, 해당 행사를 주관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승인 사항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흥원이 문체부에 제출했던 공모전 계획엔 표절 소지가 있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는 작품은 결격사항이라고 정해놨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공모요강에서 누락을 시켰고, 심사위원들에게도 공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체부는 후원 명칭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승인 취소도 예고했습니다.

아무래도 문체부는 해당 작품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결격 작품이라고 판단한 듯한데요. 글쎄요. '정치'를 소재로 삼은 건 분명하지만, '의도'는 어디까지나 해석의 부분이죠? 더욱이 윤석열차 수상 부문, 바로 '카툰'입니다. 카툰의 사전적 의미,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정치 풍자'가 주 소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의도가 있었다면 '풍자'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풍자의 뜻,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을 말합니다. 풍자의 당사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 앞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었죠?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 아니 그 몇 년 전에 우연히 TV를 보다 보니까 오바마…그 미국 대통령이 그 대통령을 상대로 놀리고 흉을 보게 하고 하는…그런 행사를 하는데 그걸 저도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풍자는 권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주현영/기자 : 그렇다면 후보님이 만약에 대통령이 되신다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건가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입니다.]

풍자의 권리, 웹툰협회는 이번 문체부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강하게 날을 세웠는데요.

[웹툰협회 (음성대역) : 문체부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습니다. 민주당에선 후원 취소 예고,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고 문체부를 질타했는데요.

[이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 2013년 9월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시겠지만 국립극단의 개구리라는 작품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며 그 당시 시나리오를 고쳐라, 수정시켰어요. 또 창작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를 시켰습니다. 예술인들이 이때를 문화 예술계의 블랙리스트의 시작이라고 본 겁니다. 장관님, 예술인들을 배제시키면서 블랙리스트 사건을 일으켰던 몸통이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아시죠?]

"자유는 예술적 진취와 도전정신을 주입한다"고 했던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취임사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 문제를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박 장관은 학생의 작품 자체를 문제 삼은 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요.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왜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중고생 만화 공모전을 정치용 공모전으로 변색시킨 만화진흥원에 대해서…]

[이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 알았어요. 장관님 사고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 속에 풍자는 문체부의 엄중하고도 신속단호한 대응, 이것으로 완성된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생각하십시오. 크게 앞으로 문제가 될 겁니다.]

정치용 공모전으로 변색시켰다는 박 장관의 주장, 대법관이죠. 법원행정처장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국가권력에 대한 보통의 비판이란 겁니다.

[김상환/법원행정처장 (어제) : 이 그림만 봤을 때는 뭐,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보통의 그 비판, 비평. 표현의 자유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가만히 지켜만 볼 순 없었나 봅니다. 문체부에 힘을 싣고 나섰죠. 해당 작품의 정치성 문제뿐 아니라, 표절 의혹도 제기를 했는데요.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어제) : 오른쪽에 있는 것이 2019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판한 정치 카툰입니다. 왼쪽 게 최근에 만화축제 금상을 받았다는 여고생의 작품입니다. 한눈에 봐도 이게 표절입니까, 아닙니까? 문체부에서 정치성이 심각하다고 지적을 했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이 학생이 표절을 한 겁니다.]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오늘 시사풍자만화가 표절이냐 아니냐, 이런 시비들이 있네요. 차장님 말씀 주셨듯이 두 그림을 이렇게 보니까 비슷한 구석도 꽤 있어 보여요. 근데 이제 김건희 여사 논문 이런 걸 떠올려 보면, 그 논문을 여기다 대입을 해보면 완전한 창작으로 저는 보입니다.]

열차를 활용한 카툰, 표절이라기보다는 흔하게 쓰이는 소재라는 반론도 있죠. 실제로 유사한 설정의 카툰들,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만화인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한 거란 의견도 나옵니다. 표절 논란이 일자, 일단 주최 측인 만화영상진흥원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에선 해당 만화를 그린 학생에게 투표권이 있느냐고도 따져물었는데요.

[김종혁/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투표권이 있는 학생이라면 정치적 의사결정권이 있다고 보여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이하의 학생이라면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이 너무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정치화된 내용들을 내는 것들 자체가 그게 좋을까?]

투표권, 만 18세 이상에게 주어집니다. 다만, 투표권이 정치적 판단 능력의 기준이 될까 싶기도 한데요. 지난해 정당법이 개정 됐죠. 만 16세면 정당 가입이 가능합니다. 국민의힘에도 이미 1호 청소년 당원이 입당을 했습니다. 만 17세였던 안상현 군,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지지연설까지 했던 건 안 비밀입니다.

[안상현/국민의힘 청소년 당원 (1월 22일) : 공교육의 신뢰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자녀의 경력을 위조합니다. 자화자찬에만 매몰된 자칭 진보세력은 이름과는 다르게 앞으로 나아감이란 전혀 없이 지난 5년 동안 우리 청소년에게까지 꿈과 자유를 빼앗아갔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번 문체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표현의 자유"라는 한마디로 정리를 했죠. 이준석 전 대표도 "만화 풍자는 경고의 대상이고,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전두환 씨 사형구형은 무용담이냐"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은 비판의 화살을 윤 대통령에게 돌렸는데요.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제가 기억하는 사법연수원 때 윤석열 선배는 통이 컸었죠. 몸이 크다는 게 아니라. 지금 통이 안 크신 것 같아. 고등학생이 그린 만화조차도 지금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과거로,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건데…]

박용진 의원은 '멸콩'은 되고 '윤석열차'는 안되냐고 지적했는데요. 윤 대통령, 지난 대선 당시 '멸콩 챌린지'에 참여했었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1월 10일) :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 자주 사는 편이고요. 그리고 아침에 콩국 같은 거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 중에 하냐입니다.]

당시 민주당이 대놓고 일베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비판하자,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1월 10일) :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잘 지켜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게 아니냐…]

자유와 민주의 기반, 표현의 자유 보장은 어디로 갔느냐는 거겠죠. 박 의원은 "민주정의의 자유가 아니라, 전제군주의 자유"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논란에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부처에서 대응했다면 그것을 참고해 주기를 바란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놓은 상태인데요. 이번 카툰 논란, 문체부가 긁어부스럼을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자유를 한껏 강조했던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로 마무리합니다.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0일) :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서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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