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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500만 원에 거래" 돈과 교환되는 신생아

입력 2013-11-27 08:44 수정 2013-12-2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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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인터넷 상에서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해서 혈액형이나 성별에 따라 가격을 매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로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 되는 산모들이 아이를 찾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아기를 넘기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기록이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도 알 수가 없고, 학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오늘(27일) 긴급출동에서 신생아 거래의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돈을 받는 댓가로 자신이 낳은 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신생아 거래가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선 돈을 받는 조건으로 아기를 입양 보내겠다는 산모들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어렵지 않게 신생아를 거래하겠다는 임신 6개월의 산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기 아빠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는 30대 여성.

[김모씨/불법입양 희망자/임신 9개월 : 한 번 만난 게 이렇게 된 거에요. (아기 아빠와는) 연락은 안 되고… 연락할 길도 없고. 저희 집에서 지금 몰라요. 일을 (임신한 것을)….]

아기를 낳을 수는 있지만, 키울 자신이 없다는 그녀는 아기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합니다.

[김모씨/불법입양 희망자/임신 9개월 : 제가 지금 제왕절개를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많이 들어가 봤자 200만원이면 끝날 거예요. (그리고) 생활비 같은 거…내가 집에서 나오려면 아무래도 지낼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산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모씨/불법입양 희망자/임신 3개월 : 병원비는 입원까지 하면… 출산비용이 있고 출산 준비비용이 있으니까 400만원~500만원 정도? (400만원~500만원 정도요?) 예.]

비용을 받는 대신, 평생 아이를 찾지 않을 것을 강조합니다.

[최모씨/불법입양 희망자/임신 3개월 : 조금 마음 약해졌다고 이렇게 저기 (다시 찾겠다고) 하면, 나중에 안 좋은 일 생길 거 같아요. 확실하게 나중에 내가 찾을 일도 없지만….]

도대체 그녀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최모씨/불법입양 희망자/임신 3개월 : 제가 키울까도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말리더라고요. 네 인생이 아직 있는데…좋은 남자 만나서 너도 한 번 남자한테 사랑받고 살아봐야 되지 않느냐…(출산 기록이 있으면) 아무래도 좋은 데 시집을 못 간다.]

산모들은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자신의 호적에 출산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런 신생아 거래를 한다는 겁니다.

[이수연/홀트 아동복지회 국내입양팀장 :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그런 과정이예요. 이 사이에 돈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거는 저희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인 것 같아요.]

현행법상 신생아 거래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김상용/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아동을 매매한 경우 예를 들어 돈을 받고 입양을 시켰다거나 이런 경우는 아동 매매에 해당해서 10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법이 마련되어 있지만, 단속도 없었을뿐더러 지금껏 처벌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생아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산모의 이름이 아무렇지 않게 조작되기도 합니다.

[한모씨/신생아 입양 희망자 : 아이 낳고서는 (병원에서) 나와서 그냥 제 호적에 바로 올리는 거…. 시청 가서 바로 올리면 되니까… 문제없어요.]

[이수연/홀트 아동복지회 국내입양팀장 : 집에서 그냥 병원 안가고 (출산)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병원에서 낳아요. 낳기는 낳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낳았다고 안 하고, 자가에서 낳았다고 하는 거죠. (출생) 신고할 때….]

그리고 비보험으로 아이를 낳을 경우 산모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산부인과 관계자 : 생년월일만 적어주면 돼죠. (생년월일만?) 예, (주민번호) 앞번호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출생신고 (출생) 증명서는 발급해야 하잖아요. 보험 청구를 안 하는 경우에는 굳이 (신분증) 확인 안 해도 상관없을 거 같긴 한데….]

신생아 거래의 가장 큰 문제는 기관을 통한 정식 입양이 아닌 경우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수연/홀트아동복지회 국내입양팀장 : 아이가 어떤 상태에 지금 놓여 있는지 아무도 감독할 사람이 없는 거고….]

[김상용/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학대에 의한 피해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9월, 부모의 방치 끝에 숨진 10개월 된 여자 아기도 불법 입양된 아이였습니다.

미혼모의 아기를 개인 입양한 부부는 입양 후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엄마는 가출, 군인이었던 아빠는 장기 훈련을 떠나면서 집 안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굶주림 끝에 숨진 것입니다.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신생아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취재진에게 접근한 브로커는 아기의 성별, 혈액형 등에 따라 정해놓은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입양 특례법에 따라 아이를 입양할 양부모의 자격조건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입양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양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입양 건수가 대폭 줄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신생아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축복받아야 하는 생명,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 아기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어른들의 손에 의해 돈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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