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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고인돌을 욕실 닦듯 솔로 '벅벅'…전문가들도 경악

입력 2022-08-31 20:07 수정 2022-08-31 21:24

돌 파내고 "중장비 동원"…유적 권역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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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파내고 "중장비 동원"…유적 권역 훼손

[앵커]

화장실 청소할 때나 쓰는 솔로 쓱쓱 문지르고 또 강한 물줄기를 뿌리며 씻고 있는 이 거대한 돌은 20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고인돌'입니다. 고대인들의 무덤이자 소원을 비는 믿음의 공간이었지만 이렇게, 무자비하게 훼손됐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인 김해 고인돌을 복원하는 과정이 담긴 사진을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는데, 전문가들도 경악할 수준입니다.

먼저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바닥에 널브러진 돌에 고압 호스로 물을 뿌리고, 단단한 솔로 박박 닦아내기도 합니다.

길이 10미터에 무게 약 400톤 20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김해 고인돌 유적은 마치 욕실을 청소하듯 복원하면서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고인돌 바닥에 깔린 넓적한 돌들은 청동기 시대부터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돌이 놓인 각도나 위치, 바로 아래 묻힌 흙 속에는 초기 가야의 비밀을 밝힐 단서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거나 파내선 절대 안됩니다.

그런데 이런 귀중한 돌을 모두 떼어내 씻어내고 화학약품 처리를 한 겁니다.

아예 공사장 한 편에 돌무더기처럼 쌓아두기도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할 복원 작업에 심지어 중장비를 동원한 정황까지 보입니다.

지난 4월 한 유튜버가 찍은 영상 속엔 고인돌 바로 옆에서 대형 포크레인이 흙을 퍼 덤프트럭에 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김길식/한국고고학회장 : 토목공사의 일환으로서 시행됐다는 것이 가장 문제이고. 문화재 복원 정비는 원위치 그대로를 유지한 채 복원 정비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고인돌 바로 아래선 유물 30여 점이 출토된 바 있는 만큼 추가로 문화재가 나올 수도 있는 지층을 포크레인으로 파헤쳤습니다.

[소배경/삼강문화재연구원 조사과장 : 발굴조사는 그렇게 힘들게 해놔가지고. 발굴한 입장에서는 원통하기가 짝이 없는 일입니다.]

김해시는 문화재 복원을 맡긴 업체를 탓합니다.

[김해시 관계자 : 문화재 관련 업체가 있으니까 업체에서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김해시가 작성한 복원계획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업체의 실수로 보기도 어려운 정황이 드러납니다.

애초에 바닥 돌 뿐 아니라 고인돌 상석도 세척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문화사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졸속으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는 건 대단히 유감이고요.]

그러면서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이 품고 있는 역사적 가치,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그 이야깃거리는 처참한 훼손과 함께 묻혀버렸습니다.

한국고고학회를 비롯한 문화재 학회는 "돌이킬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VJ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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