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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남편 박병호, 야구를 더 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력 2012-08-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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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남편 박병호, 야구를 더 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년 거포 유망주로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았던 박병호(26·넥센)가 올 시즌 홈런 선두(24개)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1년 12월 결혼과 동시에 전성기를 맞이한 박병호의 곁에는 늘 힘이 되어 주는 부인 이지윤(30·전 KBS N 스포츠 아나운서)씨가 있다. 지난주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박병호-이지윤 부부의 신혼집을 찾아갔다. 남편은 두산전을 치르기 위해 목동구장에 있었다. 취재진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이씨는 "저보다 남편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내조'에 대한 철학만큼은 신혼 8개월차 새댁답지 않게 신중하고 확고했다.

결혼 전 '걱정커플'에서 결혼 후 '완소커플'로

-박병호가 보낸 문자 메시지로 인연이 시작됐다던데(둘은 야구 선수와 아나운서로 처음 대면한 뒤 박병호가 2010년 봄 '우리 진지하게 만나볼래요?'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되게 내성적인 사람인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정말 신기해요. 시간이 지나고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았냐'고 물으니까 '군대 갔다 와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남편 나이대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 외모를 많이 따지는 반면 이 사람은 안 그랬던 것 같아요. '저 여자가 생활력은 강한지 정신은 제대로 박혔는지'를 중요시하더라구요."

-남편 박병호의 어떤 점이 좋았나.

"남편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결혼 전 주변에 남편과의 결혼 소식을 알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하지도 않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돈도 많이 못 버는데 잘 생각해봐라'라고 충고하듯이 말하더라구요. 평소 고집도 세고, 원래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 겉으로 웃으면서 넘겼지만, 속으론 '두고 봐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건지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남편은 제가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최고의 남자였거든요."

"남편 박병호, 잘될 것이라는 믿음 있었다"

-연애 당시엔 남편 박병호가 소위 잘 나가는 선수가 아니었다.

"결혼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에서 남편 집이 잘 산다는 소문이 퍼져 있더라구요. 심지어 친한 후배 아나운서도 저한테 와서 '언니, 박병호 선수 잘 산다면서요'라고 말하면서 부러운 눈빛을 보내더라구요. 기분이 나빴죠. 정확히 말하지만 우리 시댁은 다들 말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잘 살지 않고 그저 평범해요. 연애할 땐 오히려 남편이 직접 '난 집이 가난해서 어렵게 야구했다'고 말하기까지 했어요. 남편이 잘 살고 못 살고는 저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둘이 열심히 일하면 못 먹고 살겠냐'라는 생각을 했죠."

-지금에서야 이지윤씨의 남자 고르는 '선구안'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주변에서 '어떻게 그렇게 남자를 잘 골랐냐'고 물어봐요.(웃음) 저라고 뭐 이렇게 잘될지 알았겠어요. 항상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야구 선수 스카우트들도 실패를 하는데 제가 결혼을 잘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경기장에 갈 때마다 박병호에게 말을 하지 않고 몰래 간다고 하던데.
"연애할 때 남편에게 알리고 직장 동료 10명을 끌고 경기장에 간 적이 있는데 연속 삼진만 당하더라구요. 말은 안 해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른 척하는 것도 배려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무심한 척해요."

-친하게 지내는 야구선수 부인이 있나.

"김석류 전 아나운서(한화 김태균의 부인) 정도. 통화를 자주 해요. 석류랑은 야구보다는 살림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요. 간혹 남편이 야구 선수이기 때문에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반드시 있는데 그럴 땐 석류한테 전화해서 '내가 이상한거야?'라고 물으면서 고충을 털어놓죠. 그럼 석류도 맞장구를 쳐요. 생각하는 것이 똑같더라구요."

"시즌 목표? 남편이 야구를 더 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듣다 보니 여기저기서 남편 자랑이 묻어난다. 대놓고 남편 자랑 한 번 해달라.

"정말 순해요. 연애할 때 사소한 것으로 싸운 적이 있는데, 싸워도 순하더라구요. 막 얘기 해놓고도 혼자 금방 사그라들더라구요. 결혼해서는 아예 서로 충돌할 일이 없어요. 가만 보고 있으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착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해요."

-남편 외모는 어떤가.

"저는 우리 남편이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여성분들은 심수창(넥센) 선수나 이대형(LG) 선수처럼 얼굴도 작고 아이돌같이 생겨야 좋아하지 않나요? 제 남편은 냉정하게 말해 돌쇠같이 생겼잖아요.(웃음)"

-2세 계획은.

"2세는 내년에 가질 생각이예요. 남편은 빨리 가졌으면 좋겠다고 보채요. 낳더라도 아들보다는 딸이 좋아요. 남편도 딸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올 시즌 아내 이지윤이 바라는 남편 박병호의 성적은.

"지금도 야구를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선발로 풀타임을 뛰는 첫 해인데 타이틀까지 따내길 바라는 건 욕심인 것 같아요. 또 갑자기 너무 잘해버리면 아무리 사람이 안 그런다 하더라도 자만심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마지막으로 남편 박병호에게 한 마디한다면.

"이런 거 쑥스러운데요. 흠흠.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당신이 지금처럼 다치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연애하고 겨울을 두 번 보내면서 한 번은 팔, 또 한 번은 발목 수술을 했는데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도 난 옆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거든. 다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고맙고 사랑해."

이지윤씨는?

이지윤(30)씨는 군인과 방송 아나운서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대학(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2006년 육군 소위(학사장교)로 자원 입대했다. 육군 8사단 신병교육대대 정훈장교와 KFN 국군방송 앵커, 국군 국방 홍보 지원단 중대장을 거쳐 2009년 7월 중위로 전역했다. 이후 KBS N 스포츠에 입사해 야구 전문 아나운서로 활약한 그는 2010년 말 퇴사해 최근까지 CJ오쇼핑 e패션사업팀 MD로 일했다. 이씨는 "저 3주 전에 홈쇼핑 일 그만 뒀어요. 이젠 진짜 내조만 하려구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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