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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제3자 변제' 거부…양금덕 할머니 "대통령 옷 벗으라 하고 싶다"

입력 2023-03-13 18:38 수정 2023-03-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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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오늘(13일) 정부의 '제3자변제'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일본 정치권에서 '강제 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이 연이어 쏟아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관련 소식을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가 제 3자 변제안에 대해 '거부'를 공식화했습니다. 오늘 강제동원 피해자지원단체와 법률 대리인단이 제3자 변제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찾았는데요.

[김영환/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 이춘식 할아버지 그리고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의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의 3자 변제안에 대한 반대하는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세 분 모두 일본제철과 미쓰비씨중공업이 아닌 다른 '제3자'의 변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겁니다. 법률적으로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제3자'가 변제할 수 없단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과, 이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임재성/강제동원 소송 법률 대리인 : 이 채권에 붙어 있는 일본 제철, 미쓰비시 중공업이라는 그 채무자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국언/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 : 저는 재단 간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아니라 일제 전범기업 지원재단 역할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거꾸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어렵게 쌓아 올린 역사적 성과물을 완전히 뒤엎고 전범기업 명예 회복을 위한 기관으로 완전히 전락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외교부가 이번 발표 전부터 피해자들에게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했다며, 이번에 의사를 명확히 밝힌만큼, 무리한 접촉 시도를 중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이국언/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 : 외교부가 전화번호를 확보하기 위해서 직계 유족뿐만 아니라 사위 주소, 전화번호까지 확보해가지고 전화를 돌리고 이런 상황입니다. 피해자들이 명백히 '만나고 싶지 않다'라거나 '정부의 3자 변제를 받아들일 뜻이 없다'라는 것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주 추근대듯이 이렇게 하는 것은 저는 피해자 괴롭히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손해 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강제 노동 피해자는 15명입니다. 그 중 살아있는 세 분이 모두 반대하는 겁니다. 강력한 거부 의사에 실제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여기에 일본 내에서 연이어 나오는 목소리도, 비판적 여론을 키워가는 모양샙니다. 정부는 지난 6일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면서 현 상황을 '물컵'에 비유했었죠. 우리 정부가 내놓은 이번 해법이 물컵의 절반을 채웠고, 나머지 반을 채우는 건 일본의 몫이란 겁니다. 

그런데 이 나머지 반을 채워줄 생각, 별로 없어보입니다. 하야시 외무상이 지난 9일 일본 중의원 안정보장위원회에서, '강제동원'이란 표현,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일본 외무상 (현지시간 지난 9일) : 이것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피해 배상 책임'만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있었단 역사적 인식도 공유하지 않는 겁니다. 일본 정부,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입장 내내 유지해왔습니다. 지난 1월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대표적인데요. "당시 자유의사나 관의 알선, 징발로 일하게 된 노동자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런 방식으로 제공된 노동은 '국제 노동협약'에 나오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한 겁니다. 되려 일본이 휘말려든 피해자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미키 게에/일본유신회 의원 (유튜브 '입헌민주당 국회정보' / 현지시간 지난 9일) : 이번 징용공 소송 문제는 국제법 위반으로 일본은 말하자면 휘말려든 피해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법에 일본 정부가 호응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힐만한 주장도 했는데요.

[미키 게에/일본유신회 의원 (유튜브 '입헌민주당 국회정보' / 현지시간 지난 9일) : 조선인 전시동원은 강제연행·강제노동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밝혀야… '한국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하지 않는 스탠스가 저는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 일본의 극우정당이라고 불리는 '일본유신회'소속입니다. 일본 내 보수세력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일본 지지통신도 '또 사과는 안된다'는 일본 보수파의 분위기를 전하며,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새로운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역대 내각이 제시한 입장을 계승"하는 데 그칠거란 겁니다.

국회에서도 현 상황을 놓고 여야 공방이 치열합니다. 야권에선 "일방적 양보"만 한 외교 참사라 주장했고, 여당은 "흠집내기"라며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늘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연이어 일본 정부의 '망언'이 나온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일본은 하나도 양보하는 게 없고 우리 정부만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보답하고, 또 국민들에게 굴욕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입니다. 강제동원에 대한 해결 방안이라고 우리는 말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아무런 부담을 하지 않다 보니까, 심지어 상대 국가에서 '강제동원은 아예 없었다, 자기들끼리 저런 것이다' 이런 망발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판이 '흠집내기'라며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관측을 자신있게 내놨는데요.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서 일본 정부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얻어낼 계획입니다. 국회를 비롯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낼수록 일본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한일 정상회담에 기대보단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희서/정의당 수석대변인 : 일본 외무상이 내놓은 이러한 발언은 정상회담 결과 역시 기대할 것이 없고, 실패가 예정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조공 목록 작성에 정신을 팔 때가 아닙니다. 특히 일본에게 군사협력에 관한 백지수표를 상납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에 두고두고 큰 화근이 될 거라는 점을 경고합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최근 40%대를 유지했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직전 42.9%에서 38.9%로, 일주일만에 4%p가 떨어진 겁니다.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민주당은 주말에 장외 집회에까지 나섰습니다. 정부로선, '한일 정상회담'에서 '반전'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집회의 불똥이 난데없이 '쌍특검' 에 튀었습니다. 오늘의 줌인 두 번째, '불안한 쌍특검 공조'입니다. 지난 토요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나란히 규탄 집회에 참석했는데요.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향해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야유와 욕설을 한 겁니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지난 11일) :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굴욕적인 한·일 회담을 하…]

이정미 대표가 목소리를 높여 수습하려 했지만, 결국 연설을 멈춰야 했는데요. 수습해보려는 사회자의 시도도, 잘 먹히지 않았습니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지난 11일) : {우린 한마음 한뜻으로 윤석열 굴욕외교 심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정의당 대표 이정미입니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과 같이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 협상을 심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서있습니다.]

직전에 이재명 대표가 연설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이재명"을 연호하고, 사랑한단 함성까지 들렸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1일) : 국민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자주독립의 민주공화국을 굳건하게 지켜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이재명! 이재명! 사랑해!}]

파란색 풍선을 들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전에 드림콘서트에서 보던 '팬덤'간의 신경전이 연상됩니다. 지지하지 않는 가수가 나오면 야광봉을 끄고 침묵하는 팬클럽 문화가 큰 논란이 됐었죠. 이런 행동은 "성숙하지 못한 팬덤 문화"라며 큰 비판을 받았고 "팬들로 인해 애꿎은 스타들만 욕을 먹게됐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번 사태를 '극성 팬덤'의 문제로 본 건, 정의당도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정의당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선희/정의당 대변인 (어제) : 민주당은 극렬 지지자를 앞세운 편협한 이간질 정치를 그만두십시오. 정의당은 민주당의 정쟁매몰 정치와는 다른 길을 의연히 가겠습니다.]

지지자들의 행동에, 돌발 변수가 생긴 건데요. '쌍특검'에 애초엔 부정적이었던 정의당과 협상이 잘 되어나가 했더니, 원래 있던 걸림돌을 치워 나가도 모자를 판에, 하나 더 얹은 겁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쌍특검' 세 가지 걸림돌, '특검 대상'과 '특검 추천권', 그리고 '패스트트랙 처리'입니다. 이를 놓고 양당의 이견이 좀체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특검은 '이재명 방탄용'이란 여당의 비판에, '민주당 2중대'만은 피하고 싶은 정의당의 부담도 반영되어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10일) : 굳이 특검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국회를 극한 정쟁의 장으로 몰고 가서 이재명 대표 부정부패 혐의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장혜영/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지난 10일) : (민주당은 특검안을) 정상 추진하려고 하는 그 어떤 진정성 있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힘이 있으니까 쓴다'라는 방식으로 바로 패스트트랙으로 가버리면…]

민주당을 오늘도 쌍특검 관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는데요. 진전을 위해선 '민주당 지지자에 화난 정의당'이란 새로운 난제부터 풀어야겠습니다.

오늘의 줌 인, < 빈 컵 나머지 절반 채워질까…강제 동원 해법 난항 > 으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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