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주민의 전화…극단선택 막은 공무원

입력 2023-05-12 12:2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창신2동 주민센터 마을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태운 주무관 〈사진=종로구 제공〉

창신2동 주민센터 마을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태운 주무관 〈사진=종로구 제공〉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종로구의 신입 공무원은 어느 날 이러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 담담한 목소리의 50대 남성은 고독사 위험 1인 가구로, 주민센터 안부 확인 대상자였습니다. 신입 공무원은 전화를 끊고 한걸음에 달려가 이 남성의 극단적 선택을 막았습니다.

오늘(12일) 종로구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창신2동 주민센터 마을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태운 주무관입니다. 여 주무관은 지난 4월 27일 안부 확인 대상자인 50대 남성 A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A씨가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만 남긴 채 수화기를 내려놓자 여 주무관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에 여 주무관은 곧장 A씨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A씨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는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1인 가구이자 고독사 취약계층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데, 여 주무관은 정기적으로 A씨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A씨를 챙겨왔습니다.

여 주무관은 동주민센터로 라면과 생필품 등 각종 기부품이 들어오면 직접 A씨에게 배달하며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몇 년 새 건강이 나빠져 실직하는 등 불운이 겹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 당일 여 주무관이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여 주무관은 침착하게 112와 119에 긴급상황임을 알리고 A씨를 구조했습니다.

여 주무관의 신속한 대처로 A씨는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을 통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재는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으며 여 주무관의 설득 끝에 종로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자살 고위험군 관리를 받기로 했습니다.

여 주무관은 "처음 현장을 목격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이 분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퇴원 후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온전한 일상 회복을 하실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응재 창신2동장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담근 신입 공무원의 용기와 사명감이 한 생명을 살려냈다"며 "주민뿐 아니라 해당 직원 역시 트라우마 없이 훌륭한 공직자로 성장할 수 있게 곁에서 세심히 북돋아 주겠다"고 전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