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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공원 터널 뚫은 뒤 갑자기 말라버린 '소백산 지하수'

입력 2022-09-27 20:49 수정 2022-09-27 21:41

뉴스룸 밀착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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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과 농사를 짓는 소백산 줄기의 한 마을 전체가 쓰던 지하수가 갑자기 말라버렸습니다. 소백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은 뒤부터 지하수가 사라져 버린 겁니다.

그 많던 지하수가 다 어디로 간 건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원인을 추적해봤습니다.

[기자]

소백산 국립공원의 한 마을에 지하수가 끊긴 건 4년 전입니다.

[권정란/주민 : 왜 물이 갑자기 부족하지? 다른 분들도 '우리도 부족한데 왜 그렇지' 하고…]

주민들은 계곡에 줄을 대고 물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태환/주민 : {동네 전체가 물이 말랐던 거예요?} 네. 계곡에 물 조금 나오는 것도 서로 대려고. 계곡에 가보면 줄이 깔려 있어요.]

마을이 가물기 시작한 건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잇는 죽령터널을 뚫으면서부터입니다.

죽령터널은 소백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데, 총길이가 11km로 국내 철도터널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윤도경/주민 : 여기는 계곡물로 농사를 짓거든요. 수맥이라는 게 사람 혈관처럼 흐르거든요. 발파하니까 수맥이 틀어지는 거죠. 바위틈 사이로 금이 가면서 물이 빠져버리는…]

터널공사를 하기 전인 2014년, 시공사는 유출 지하수가 하루 평균 1천500톤일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JTBC는 시공사 측이 하천학회에 의뢰해 실제 유출량을 조사한 결과를 입수했습니다.

실제로는 시공사 예측의 6배인 하루 평균 9천 톤에 이르는 지하수가 유출된 걸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별문제가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예측한 게 다 맞진 않지 않습니까? 얼마나 많이 환경적 영향을 끼쳤는지가 문제죠. 혹시 소백산에 큰 영향이라든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있는 건가요?]

시공사는 당초 환경부와 콘크리트 벽을 세워 지하수 유출을 막는 차수 공법을 쓰기로 협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이 과태료 1천만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시공사는 JTBC에 "국가철도공단과 미리 변경협의를 해 문제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찬우/한국터널환경학회장 : 협의 내용을 세게 한다? 하더라도 어기게 되면 처벌이 과태료 1천만~2천만원. 잘 걸리지도 않아요. 험한 산속에서 공사하는데 물이 얼마큼 나오고 관심 없잖아요.]

전문가는 지하수가 유출되면 국립공원 생태계가 크게 망가질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

[박창재/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소백산 지역이 워낙 물이 풍부해서, 특히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숲의 생태계나 국립공원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반 침하가 일어난다거나…]

유출된 지하수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터널공사로 인한 유출 지하수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당장 눈에 띄는 피해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달랐습니다.

유출된 지하수를 다시 쓸 방법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애초에 유출을 줄이는 겁니다.

환경을 외면한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고민주·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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