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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내 인생, 이렇게 파란만장 할 줄은 몰랐죠"

입력 2013-03-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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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가 감독님 뵌 지도 15년이 지났어요.

[박찬욱/영화감독 : 진짜요]

[앵커]

그 동안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상도 많이 타시고 상업적으로 성공도 거두셨는데 그 여정 자체가 어떠셨어요?

[박찬욱/영화감독 : 저의 인생 커리어가 이렇게 파란만장할 줄은 몰랐어요. 정말 예상 밖이에요. 그 흥행으로 보나 비평으로 보나 부침이 심하고 그래도 영어영화를 하나쯤은 찍어봐야지 나중에 죽기 전에 후회는 없겠다라는 생각을 전부터 했었는데… 하나 해서 다행이에요.]

[앵커]

스토커 저도 봤는데 아주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제가 보기에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박찬욱 치곤 착하지 않았나?

[박찬욱/영화감독 :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의 정신건강이 좀 염려가 되요.]

[앵커]

아하하하~ 그러세요

[박찬욱/영화감독 : 제 생각으로는 스토커는 제일 위험한 경계까지 간 영화인 것 같고 언뜻 봐선 정말 그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탄생을 다룬 얘기로 볼 수 있잖아요. 이 영화는 왠지 제가 그 인디아라는 주인공 소녀에 대해서 왠지 참 밀착하면서 만들었고 그런 그 나이 때 소녀 그 나이 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그 관객이 말하자면 인디아 자신이 이 영화를 본다면 좋아할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앵커]

그 전에도 많은 러브 콜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왜 이것이었어요? 왜 이 작품이었어요?

[박찬욱/영화감독 : 미국 영화 치고는 드물 게 좀.. 시적인, 그리고 여백이 많고 조용했어요. 조용한데도 지루하지 않고 반대로 긴장이 팽팽하게 끝까지 가더라고요.]

[앵커]

여기에, 미아, 니콜, 매튜 퍼스트네임으로 불렀는데.. 이 배우들하고 일하는 경험은 어땠나요?

[박찬욱/영화감독 :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으로 덤벼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걱정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편하고 의사소통 너무 잘되고 완전히 즐겁게 일했어요.]

[앵커]

스텝들하고 예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의견 충돌도 있고 그랬다는 얘길 들었는데, 어떤 것에서 크게 충돌이 있었어요?

[박찬욱/영화감독 : 예를 들어서 공중전화 부스에서 엉클 찰리가 허리띠를 푸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거기서 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스텝들은 좀 더 보여달라고 해서 '아이~ 내가 생각한대로 일찍 끝내는 게 더 세련되고 더 상상을 자극하는 우아한 방법인데' 하고 주저했는데,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데 원래 의도대로 했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겠더라 구요. 말하자면 엉클 찰리가 강간범인가 하는]

[앵커]

모든 신이 가장 공들였고 어려우셨겠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이거 하는데 까다로웠다. 그런 신이 뭐가 있을까요?

[박찬욱/ 영화감독 : 샤워 신인데 그게 여배우가 옷을 벗는 신이어서도 그렇지만 그게 마지막 날 제일 마지막 촬영 신이었어요. 시간이 너무 쫓겨가지고… 카메라 있는 대로 다 꺼내놓고 한꺼번에 다 돌려가며 찍는데… 그런 민감한 장면을 찍을 때는 여배우에 대한 배려가 굉장하거든요. 근데 그럴 정신이 없는 거예요. 정신 없이 돌아가는 거예요.]

[앵커]

아하하하~

[박찬욱/영화감독 : 뭐 샤워하고 나서 감독이 컷 하면 배우가 나와야 될 거 아니에요? 배우가 나오면 누군가 가려주고 뭐 그런 것도 없는 거예요. 혼자서 너무 힘들었어요.]

[앵커]

할리우드에 가서 찍어보시니까 뭐가 제일 큰 차이점이에요?

[박찬욱/ 영화감독 : 아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되요. 나는 왜 이걸 원하는 지 왜 특정한 장면이 싫은 지에 대해서.]

[앵커]

스튜디오를 설득을 해야 되는 거죠?

[박찬욱/영화감독 : 그렇죠. 설득하다가 제 논리가 박약하면 설득돼야죠. 그리고 그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제일 좋은 방법은 제 3의 의견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게 누구 머리에서 나왔든 양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그런 것이 나올 때가 제일 좋죠.]

[앵커]

아주 바쁜 일들이 끝나고 지금 어떻게 보면 조금 여유가 생긴 시기인데요. 요즘 어떻게 보내세요? 시간을?

[박찬욱/영화감독 : 제가 이제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나중에 취미 보단 나중에 더 이상 영화로 투자를 못 받게 됐을 때를 대비한 그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앵커]

아~ 사진 작가로?

[박찬욱/영화감독 : 네~ 어디 다닐 때 마다 항상 갖고 다니긴 해요.]

[앵커]

뭘 찍으세요?

[박찬욱/영화감독 : 어~ 현장에서는 배우들도 찍고요.]

[앵커]

이번에도?

[박찬욱/영화감독 이번에는 많이 못 찍었어요. 너무 바빴어요. 도저히 뭐 카메라를 꺼낼 시간이 없었어요.]

[앵커]

작품들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갖고 만드셨을 텐데 그래도 정말 나의 작품 이런 게 있나요?

[박찬욱/영화감독 : 정말 제 인생을 결정지은 작품은 JSA죠. 왜냐면 두 편을 다 실패했는데 세 번째 기회가 왔다는 게… 그 작품이 JSA라는 게 행운이었고, 또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비로소 제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제 인생의 영화입니다.]

[앵커]

감독님이 영화작업을 하실 때도 콘티 뭐 그런 걸 치밀하게 짜서 실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인생계획도 그렇게 탄탄하게 하실 것 같아요?

[박찬욱/영화감독 : 전혀 그렇지 않아요. 완전히 반대에요. 사실 계획을 세워봐야 계획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인생에서 그냥 내버려두면서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죠.]

[앵커]

네~ 알겠습니다. 하여튼 감독님 한국에 다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하고요. 영화 잘 되길 바라고 이렇게 시간 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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