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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부산 화재 부둥켜안은 모정, 죽어서도…

입력 2013-12-20 08:42 수정 2013-12-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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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에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30대 어머니와 어린 자녀 3명이 숨진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이 어머니가 아이들을 끌어안고 마지막까지 지키려했던 것으로 알려져서 가슴이 참 아팠었죠? 하루 아침에 가족을 모두 잃은 남편, 그 슬픔은 표현할 수가 없을텐데요, 야근을 하느라 집을 비웠다고 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오늘(20일) 긴급출동에서 만나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기자]

지난 12월 11일,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습니다.

불길이 시작된 7층에는 30대 여성 홍 씨와 어린 세 자녀가 있었습니다.

소방차가 도착했을 당시 불길은 손쓸 수 없을 만큼 거셌고, 소방대원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땐 모든 것이 다 타버린 후였습니다.

[당시 출동 소방관 : 처음에 엄마를 발견했는데 그것도 유심히 더듬어가면서 찾다가 어떤 형체가 사람의 형체가 아닌가 싶어서 깊이 파고들어 가다보니 희생된 분 (엄마 홍 씨) 이었습니다.]

9살인 큰 딸은 작은 방에서, 8살 난 아들과 한 살배기 딸은 어머니 홍 씨의 품 안에서 발견됐었습니다.

작은 방에 있던 큰 딸은 미처 엄마 곁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을 껴안고 불길을 온몸으로 막았던 홍 씨.

그렇게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 발견된 엄마의 시신은 두 아이와 분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당시 동생과 3분 거리에 살았던 홍 씨의 언니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갔습니다.

[홍 씨 언니 :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1, 2분이 진짜 소중하잖아요. 근데 몇십분이나 늦었다는 게…그렇게 늦었다는 건 너무 아쉬워요.]

세 아이와 엄마가 안타깝게 숨진 이번 화재 사고. 단 한 명의 목숨이라도 구할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당시 출동소방관 : 그 날을 퇴근 시간 이후라서 중간 중간 차량정체가 되었고 진입로 입구에서 불법 주정차 내지는 아파트 주민의 차량으로 인해서 (사고현장에) 진입하는데 시간이 지체된 것 같았습니다.]

사고 현장은 상습불법 주정차가 많은 지역. 그 날도, 이면도로와 아파트 입구에 불법 주정차들이 있어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주정차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게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이번 사고처럼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인명구조를 위해 대형 사다리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인명구조 사다리차는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습니다.

[당시 출동소방관 : 현재 총 관할 면적과 거리를 보면 18km에 달합니다. 18km 정도를 소방차가 출동하려고 하면 약 멀리는 10여분 걸리기 때문에 5분 정도가 중요한 시간인데 그 '골든타임' 을 놓친다는 말입니다.]

골든타임, 화재가 발생한 후 최초 5분.

하지만 현장에서 18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소방서에서 출발해 5분 안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소방방재청 관계자 : 인구수에 비례해서 소방서를 설치는 하고 있는데요, 그게 특정하게 거리라고 정해진 건 없어요.]

출동시간과 가장 연관이 있는 거리보다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소방서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엄마와 아이들은 누구의 도움 하나 받아보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사고 일주일 후. 아이들의 아버지가 잿더미가 된 집을 찾았습니다.

알뜰했던 아내 덕분에 10년 만에 마련한 바로 그 집입니다.

[김 씨(가명)/홍 씨 남편 : 잘 자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막내도 안고 재우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것이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사고 나기 15분 전입니다.

[김 씨(가명)/홍 씨 남편 : 큰 딸 거예요, 다 큰 딸 거예요. 이모가 사준 것도 있고 내가 사준 것도 있고.]

검은 잿더미에서 찾은 아이들의 흔적. 8살, 9살 두 아이에 이어 올해 막내까지 태어나면서 한때는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김 씨(가명)/홍 씨 남편 : 믿기지가 않죠. 계속 보고 싶고…죽을 것 같아요.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은데…눈 감으면 보이는데 믿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부르면 웃으면서 대답을 할 것같은 아이들과 아내. 하지만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할 흔적들뿐입니다.

삶을 앗아가기엔 빨랐던 시간, 삶을 구하기에 부족했던 시간.

그 그을린 시간 속에 아버지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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