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장 불운한 타자다", 미국 언론이 이정후 선수를 보고 이렇게 탄식한 적이 있죠? 잘 때린 타구가 자꾸만 야수 정면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7일)은, 2개의 안타를 기록하면서, 오랜 불운을 털어냈습니다.
홍지용 기자입니다.
[기자]
[샌프란시스코 1:6 필라델피아/미국 메이저리그]
1회초 첫 타석에 선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90승 투수 휠러의 몸쪽으로 붙는 공 2개를 가만히 지켜만 봅니다.
그다음 날아온 시속 154㎞ 짜리 패스트볼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빗겨치듯 가볍게 밀어쳐, 좌익수 앞 빈 곳에 공을 떨어트립니다.
8회초, 이번엔 왼손 투수 스트람을 상대로도 초구는 손대지 않습니다.
다음에 시속 151㎞ 싱커가 한 가운데로 들어오자 강하게 때렸습니다.
시속 168㎞짜리 총알 타구였습니다.
이정후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건 16일 만입니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어떻게든 공을 맞히는 타격으로 쉽게 3할 타율을 찍을 줄 알았는데 두 달 사이 타율은 2할 4푼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늘 하던 대로, 같은 방식을 썼습니다.
헛스윙은 많지 않았고, 삼진 역시 좀처럼 당하지 않으며 정확히 맞히는 타격을 꾸준하게 보여줬습니다.
타구 속도는 빨랐기에 통계상 기대 타율은 2할 8푼을 넘어섰지만 실제 성적은 따라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에게 '불운한 타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최근의 변화라면 타구의 절반이 땅볼이던 걸 바꿔 조금씩 공을 띄우고 있다는 겁니다.
발사각을 높이면서 외야로 날아가는 공은 늘고 있습니다.
오늘 2안타로 타율은 다시 2할 5푼대로 올라섰습니다.
이정후는 내일부터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꼽히는 고지대,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와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