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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외 대안 없어" 전언 논란…박지원의 노림수?

입력 2023-03-20 18:24 수정 2023-03-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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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전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 전 원장을 만났는데 '이재명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죠. 비명계는 해당 발언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했고, 말을 전한 박 전 원장도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관련 논란을 줌인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지난 17일) :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는 지금 현재 민주당이 총 단합해서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단합, 이 말씀인 건가요.} '잘 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하셨습니다.]

지난 17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던진 말 한마디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달한 '전언'이었는데요. 박 전 원장, 지난 10일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하죠. 전언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이 없으니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라"는 문 전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던 셈입니다. 해당 전언은 당장 민주당에 파문을 몰고 왔는데요. 비명계를 중심으로 해당 발언에 대한 반발이 일었습니다. 처음에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였는데요.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 17일) : 전직 대통령으로서 얘기하는 건 좋은데 해야 될 말이 있고 안 해야 될 말이 있는데 지금 뭐 '이재명 대표 말고는 대안이 없다' 왜 그거는 문재인 (전) 대통령 판단인데 그런 얘기를 그렇게 막 하시면 안 되죠. 그리고 그 얘기를 설사 문재인 (전) 대통령하고 박지원 (전) 원장 사이에 얘기를 했어도 그거는 대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걸 그렇게 막 전직 대통령 말을 이렇게 막 얘기하면 되겠습니까?]

사담이었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는 지적입니다. 그 말을 공개적으로 전달한 박 전 원장도 비난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 17일) : 그거는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한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 꼬붕입니까?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대로 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파문의 잔물결은 오늘(20일)까지 일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문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해당 발언을 했는지를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인데요. 비명계 박용진 의원도 지난 17일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직접 방문했다고 하죠. 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런 말씀을 저는 여쭤보지도 않았고요. 당내 현안 문제라든지 우리 정치 현안, 여기와 관련된 말씀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진영 대립과 갈등, 증오의 정치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함께 얘기했고. {이재명 대표의 '이' 자도 안 나왔습니까?} 네, 얘기 안 했었습니다.]

박 전 원장과의 대화에서와는 달리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인데요. 당의 단결과 혁신을 당부한 게 전부였다는 겁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통령께서 민주당을 애정을 가지고 보는 건 맞았고 민주당은 좀 달라져야 되고 그러려면 뭔가 결단해야 되고 그렇게 하고 그런 속에서 서로 단결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어떻게 선거를 이기겠어요. 그게 너무 당연한 말씀을 하신 거를…]

사실 대화 내용은 상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아무래도 친명계인 박 전 원장과 비명계인 박 의원과 나눈 대화는 흐름이 사뭇 달랐겠죠. 박 의원은 애초부터 이 대표 문제에 대해 문 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박 전 원장과는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라도 박 전 원장이 그 내용을 공개한 건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는데요.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러면 박지원 전 원장하고는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신 모양이에요. '이재명 대표 외에는 대안도 없으면서 무슨…'} 네, 뭐 두 분께서 말씀을 어떤 말씀 나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 생각이 그랬습니다. 그런 문제로 전직 대통령과 얘기하는 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말씀이 혹시 나왔더라도 그걸 굳이 그럴 필요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해당 전언이 박 전 원장의 노림수였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치 9단 박 전 원장이 정치적 의도를 띠고 해석을 가미해 전달했을 가능성이 거론됐죠. 문 전 대통령은 원론적으로 당의 화합을 강조했을 뿐인데 박 전 원장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라는 각주를 달았다는 겁니다.

[김준일/뉴스톱 대표 (유튜브 'YTN') : 박지원 (전) 원장의 말에 조금 신뢰를 많이 줄 수는 없어요. 왜 그러냐 하면 박지원 전 원장이 정치 9단이시거든요. 그런데 두 가지 문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거하고 그리고 본인 수사와 관련된 거는 조금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할까? 그러니까 왜냐하면 입당을 한 게 이재명 대표가 결단을 내려서 그런 거고…]

박 전 원장, 민주당 복당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죠. 지도부 내에서도 복당 허가를 두고 이견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이 대표가 밀어붙인 끝에 복당에 성공했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해 12월 19일) : 박지원 복당을 반대하는 이유로 원칙을 지키자, 이재명 당대표를 지키자고 역설했습니다. 그의 분탕질에 대한 추억이 아무래도 찝찝합니다.]

이 때문인지 복당 전후로 박 전 원장은 줄곧 명비어천가를 불러왔는데요.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추앙했던 바 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지난해 12월 19일) : 저는 어떻게 됐든 이재명 대표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모든 방송, TV, 인터넷, 신문에서 그렇게 이재명 대표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고 시커멓게 보도를 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나 아니다, 탄압하지 말라' 그럼 믿어야죠.]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지난해 12월 29일) : 그러면 우리 민주당으로서는 현 당대표고, 과거에 대통령 후보고, 앞으로 대통령 후보로 가장 1등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당에서 함께 해야죠.]

그렇잖아도 검찰이 이번 주 이 대표를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죠.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의 혐의를 충분히 입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21년 9월 대장동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약 1년 반만입니다. 복당할 때부터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박 전 원장으로선 위기를 타파할 묘책이 필요했을 텐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지난해 12월 19일) : 당면한 문제인 이재명 대표에 탄압을 이길 수 있도록 저도 노력을 하고 결국 내후년 총선과 다음 정권교체를 반드시 민주당이 이루어낼 수 있도록 이 박지원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점상 박 전 원장의 전언은 전략적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불식시키려는 목적이었을 듯한데요.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일부러 흘림으로써 비명계의 일부인 친문계를 포섭하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잡음을 일으키지 말고 이 대표에게 힘을 실으라는 간접적 압박이겠죠.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몸을 낮추는 모습입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을 향해서도 비명계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질서 있는 퇴진론'과 '전면적인 인적 쇄신' 카드로 비명계의 환심 사기에도 나섰습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면피용 카드만 내놓지 말고 하루 속히 거취를 표명하라고 재촉하고 있는데요.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이재명 대표가 당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신변에 대한 거취 정리가 빨리 필요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려면 그 준비를 해야 되고, 또 그것을 갖추는 데 시간과 노력이 좀 필요하거든요. 당내에 또 여러 가지, 지금 어쨌든 그런 것 때문에 분열이 되고 또 의견충돌이 있으니까, 또 이걸 수습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죠.]

어차피 연말까지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친명계는 당원들과 지지층은 모두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치단결을 바라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이 당내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는데요.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당원과 지지층은 전혀 분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당내의 근본적인 위기는 아니고 당내의 표면적인 외피에 있는 사람들의 일부의 이견들이 표출되는 과정이다라고 보고 그 이견들이 표출되는 게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내부 총질'은 당내 주류 입장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가의 보도인 모양입니다. 비명계를 '내부 총질러'로 낙인찍었죠. 국민의힘에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이 대표만 흔들고 있다는 겁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한 거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이상민 의원 같은 경우에도 법조인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 친일외교나 이런 것들이 헌법상 굉장히 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분이 소신을 얘기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태예요.]

자, 오늘은 박지원 전 원장의 전언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계파 갈등 상황을 정리해드렸는데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바란다던 민주당의 화합과 단결은 과연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과거 문 전 대통령의 말로 정리합니다.

[문재인/당시 대통령 (2021년 1월 7일) :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입니다. 우리가 이룬 성과를 함께 인정하고 자부하며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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