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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물바다에 도로는 전쟁터로…강남, 왜 또 잠겼나

입력 2022-08-09 20:05 수정 2022-08-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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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여도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어젯밤(8일), 강남 현장에서 취재를 했죠. 눈으로 보니까 어떻던가요?

[기자] 

어젯밤 제가 취재를 다녀왔던 강남역 인근은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서 '물바다'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침수된 차주들에 따르면 물은 정말 순식간에 불어났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직접 택시기사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신호대기를 하는 그 짧은 사이에 물이 불어나서 차를 덮쳤다고 합니다.

기사님 같은 경우에는 문이 열리지 않아서 창문을 통해서 대피를 했고, 바로 옆에 있는 통풍구 위에서 2시간이나 물이 빠지는 걸 기다렸다고 합니다.

빗물이 빠져나가게 도와야 하는 하수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맨홀은 역류해서 뚜껑이 다 열려버렸고 또 지나가는 시민분들은 이걸 보지 못하고 빠져서 다른 시민분들이 도와주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저희가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자정 무렵이 돼서야 조금씩 물이 빠졌는데 잠겨 있던 차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왕복 8차선 도로가 마치 커다란 주차장 같았습니다.

[앵커] 

유독 강남에서 피해가 컸던 이유 특별히 있습니까?

[기자] 

일단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새벽 3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시면 서초가 380mm까지 왔고 또 동작이 407mm 정도였습니다.

보통 중부지방 장마철 평균 누적 강수량이 378mm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하루 사이에 장마철 내내 내리는 비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겁니다.

땅도 문제였습니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가 주변보다 17m 이상 이렇게 낮다고 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역삼역 쪽에 있는 물들이 저지대인 강남역 쪽으로 내려와서 고이는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겁니다.

[앵커] 

제가 기억하기에 10여 년 전에도 폭우가 내려서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서울에서 그동안 뾰족하게 나온 대책이 없습니까?

[기자] 

대책 있었습니다. 2010년 강남역 침수 그리고 11년 우면산 산사태 일들을 전부 기억하실 텐데요.

이 일대에 큰 비 피해가 끊이지 않자 서울시가 2015년 이런 대책을 내놨습니다.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도 고치고 또 빗물 저장시설도 더 만들겠다 이런 내용이었고요.

30년 빈도의 시간당 95mm 수준의 폭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반포천까지 터널을 뚫어서 빗물이 이곳에도 흐를 수 있게 해서 피해를 막아보겠다 이런 내용 들어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1조 4000억 원이 지금 투입이 된 상태고요.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는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왜 이번 비는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냐 저희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설계 범위를 넘어서 불가항력적인 수준으로 너무 많은 양의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시간당 95mm까지 비를 버틸 수 있게 계획을 하고 공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뜻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해 대비 수방 치수 예산을 올해 896억 원 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게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지난해 추가 삭감을 해서 그렇다면서 추경을 통해서 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천재지변이기는 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게 지자체 존재 이유기도 하죠. 여도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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