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3년 동안 우리 아이들도 똑같이 마스크를 썼고, 하면 안 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이랬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지 저희가 어제(20일) 전해드렸는데요. 그럼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아이들의 세상이 어떻게 달랐는지, 오늘은 영국으로 가보겠습니다.
먼저, 백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아이들은 항상 일어나는 게 힘듭니다.
한참 투정하고도 리오는 또 눈을 감습니다.
잠투정 부리던 아이는 식탁 앞에선 금세 웃습니다.
먹는 것도 놀이, 학교 갈 시간이 다가오면 급해지는 건 엄마 뿐입니다.
이제 등원 시간인데 재하는 몇 분째 이를 닦고 있습니다.
옷 입으면서도 장난은 쉬지 않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고만고만했던 모습, 집을 나설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가로 10cm 마스크 한 장이 아이들 만나는 세상 풍경을 바꿔 놓습니다.
학교에 들어선 로이, 친구와 앉아 블록 놀이하고 귓속말로 대화를 나눕니다.
서로 얼굴 바라보고 웃는 시간은 행복합니다.
지난 3년, 로이가 좋아하는 시간들은 지켜졌습니다.
[찰스/로이 아빠 : 우린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어요.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확진자 수가 치솟아 런던을 완전 봉쇄할 때도 11살 이하 아이들은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습니다.
바깥에 나온 리오가 20분 동안 마주친 사람은 13명, 반갑게 눈인사하고 온 얼굴로 웃습니다.
두리번거리며 보고 작은 것에도 반응합니다.
지난 3년, 어른들은 산책도 자제해야 했지만 아이들은 매일 밖에서 뛰어놀도록 장려했습니다.
바라보고 웃고 뛰어야 아이들은 온전히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김형진/리오 엄마 : (영국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 관계없이 무조건 밖으로 애들을 많이 내보내더라고요.]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재하의 세상은 아직 절반이 가려져 있습니다.
돌 되기 전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이제 몸 일부처럼 됐습니다.
친구가 어떤 말을 하는지 서로 입 모양을 보지 못하고, 웃는 표정도 눈매만 볼 수 있습니다.
[차시현/재하 엄마 : 죄의식이라고 표현하면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끼리 있는 차 안에서조차도 (마스크를) 안 벗겠다고 거부를 하더라고요.]
지금도 세계 곳곳 아이들은 커가고 있습니다.
방역만큼 중요한 건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아이들의 '시간'입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