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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평범한 아이 방에 1급 발암물질…당신의 집은?

입력 2018-01-10 15:55 수정 2018-01-14 14:42

뉴스의 숨은 뒷얘기! JTBC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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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숨은 뒷얘기! JTBC 취재수첩

[취재수첩] 평범한 아이 방에 1급 발암물질…당신의 집은?

지난 4일, JTBC 뉴스룸에 방송 된 < 아이 방 가득 '1급발암물질' 라돈…"담배 4갑씩 피는 셈"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실리자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은 900개가 넘었습니다. 댓글 대부분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수첩] 평범한 아이 방에 1급 발암물질…당신의 집은?

댓글의 답글까지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딱 기사에 실린 내용 만큼만 취재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1분 30초의 주어진 시간에 취재한 것을 충분히 버무리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이 있죠. 이 참에 좀 더 깊은 얘기를 충분히 해볼까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궁금증도 다소나마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1.한 겨울 텐트는 왜? (라돈을 접하게 된 계기)
 
[취재수첩] 평범한 아이 방에 1급 발암물질…당신의 집은?

여섯 살, 두 살 아들을 둔 송모 씨는 지난해 7월 강원도 원주에 있는 현재 집으로 이사왔습니다. 그런데 이사 직후부터 가족 전체가 콧물을 달고 살았습니다. 원인 모를 답답함도 느꼈습니다. 병원에선 감기가 아니란 말만 할 뿐,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호흡기 질환 관련 자료를 뒤져보던 송씨는 지난해 10월, TV 프로그램에서 '라돈'을 접합니다.혹시 하는 생각에 한국환경공단에서 시행하는 라돈 무료측정을 신청해봤습니다. (환경공단은 연간 1000곳을 무료측정해주는 사업을 합니다.)

실제 측정은 11월에 진행됐습니다. 3일간 집안 구석구석을 측정한 뒤, 결과지를 받아 든 송 씨는 막막해졌습니다. 실내 라돈 기준치가 200Bq/㎥라는데, 이 집 평균 농도는 1109.7Bq/㎥였습니다. 실내 기준치의 5배를 훌쩍 넘은 겁니다.

그런데 공단에서 보내온 대안은 너무 단순했습니다. 측정 결과를 나누는 기준은 양호(200이하)와 주의(200초과) 두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주의'에 해당하는데, 이에 따른 조치는 나중에 라돈 알림기를 보급해주겠다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 라돈 저감 가이드 >라는 책자에는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당장 창문과 현관문을 열었고, 거실 텐트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2. 그런데 라돈은 뭘까요?

라돈은 색도, 향기도, 맛도 없는 기체입니다. 라돈은 담배 만큼이나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주로 토양이나 암석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몇 차례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성됩니다. 공기보다 9배 무거워 지표면 가까이에 있다가 갈라진 콘크리트 틈, 바닥과 벽의 이음매를 통해 실내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기체가 인체에 들어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호흡할 때 폐 깊은 곳까지 들어가 알파선(방사선)을 내뿜습니다. 폐 조직을 손상시키죠. 또 기체인 라돈이 붕괴하면 고체가 되는데,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축적됩니다. 적어도 폐암에 관한한 석면보다도, 미세먼지 보다도 라돈이 더 위험한 물질입니다.

3. 송씨 집 라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장 : 80프로 이상은 주변 토양의 영향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10~20프로정도는 여기에 쓴 건축 자재일거라고 추정을 합니다.]

새해가 밝자마자 송씨 집을 찾았습니다. 연세대 라돈 연구팀에서도 흔쾌히 동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라돈이 나오는 곳을 찾기 위해 집안과 밖 곳곳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먼저 마당에 길고 좁게 땅을 파고, 호스를 연결했습니다. 땅 속 깊이 숨어 있는 라돈 가스를 채취해 농도를 재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재수첩] 평범한 아이 방에 1급 발암물질…당신의 집은?

그런데, 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계절입니다. 기체인 라돈은 기온이나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겨울이라 땅이 얼어붙다보니 라돈 가스가 땅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 겁니다. 연구팀은 추운 겨울, 땅 깊은 곳으로 숨어든 라돈이 오히려 주택 실내로 스며들기는 더 좋다고 했습니다. 바깥과 실내 온도 차가 많이 날수록 라돈은 따뜻한 실내로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겨울철 라돈 실내 농도가 높아지지만, 되려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려운 겁니다. 지하수 분석을 하면 토양에 라돈이 많은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수도 꽁꽁 얼어붙어 정확한 토양 원인 분석은 추후에 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실내 건축 자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우라늄이 많이 포함돼 있는 화강암지역이 많습니다. 자연히 이곳에서 나는 흙과 암석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석고보드도 많습니다. 라돈을 포함한 토양과 암석으로 건축자재를 만든 겁니다. 이 자재로 지어진 집에서는 고스란히 라돈이 실내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인산석고보드는 라돈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뿐 아니라 새로 지어진 아파트도 라돈 위험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겁니다. 연구진은 송 씨네 집 벽면도 일부 채취해 검사해보기로 했습니다.

연구진은 평균적으로 라돈의 80~90%는 토양에서, 나머지 10~20%는 건축자재에서 온다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송 씨네 집에 대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원인을 추정으로만 기사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토양의 문제라면 옆집들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해서 송 씨네 인근 모든 단독주택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실내 라돈 농도 측정을 허락한 집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갑작스런 취재진 방문이 당황스럽기도 했을 것입니다. "수치 높게 나오면 공기 청정기 팔려는 것 아닌가요?" "수치 높으면 집값 떨어져요"라고 답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4. 아이가 하루에 담배 40개피 피는 셈이라는데, 여러분의 집은 어떠십니까?
 
[취재수첩] 평범한 아이 방에 1급 발암물질…당신의 집은?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장 : 우리나라에서 이 땅에 붙은 이런 가옥 같은 경우 보통 33% 세 집에 한 집 꼴로 기준치를 초과하거든요. 특히 높은 지역들이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기도 이쪽에서 발견은 되죠.]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는 일은 송씨 집만 일은 아닙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2012년 겨울철에 전국 주택의 실내 라돈 농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대상가구 주택 7885호 중 22.2%가 라돈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 148 Bq/㎥를 초과했습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의 33%가 권고기준을 넘었고, 연립/다세대 주택도 14.4%, 아파트도 5.9%나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2015-2016년에도 조사를 했습니다. 정부는 신축 공동주택 실내 라돈 권고기준이 없다며 새로 정했는데, 다중이용시설보다 높은 200Bq/㎥로 완화했습니다. 이 기준치를 적용해봤더니 9.3%의 주택이 권고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어떨까요? 국립환경과학원은 실내 라돈 농도 조사 결과를 지도로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iaqinfo.nier.go.kr/main.do)

공공건물과 다중이용시설, 일부 주택에서 실내 농도를 조사해서 그 평균값을 지도로 표현해놓은 겁니다. 2016년 겨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강원 지역이 평균 149.7Bq/㎥로 가장 높고, 부산과 울산이 64.1Bq/㎥로 가장 낮습니다. 강원 다음으로는 충청과 대전, 세종, 전북 등이 높네요. 광역 지자체를 클릭하면, 그 아래 시·군까지는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강원도라도 철원과 화천, 영월과 삼척, 동해가 짙은 색으로 표시된 걸 볼 수 있습니다.

5. 기준과 경각심-개인 자율에 맡겨진 주택 라돈 권고 기준

환경부가 공동주택 라돈 관리 기준치를 새로 도입하며 다중이용시설보다 완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지 않는 개인 재산이라는이유에서입니다.

물론 비용-편익 분석도 거쳤다고 합니다. 주택 라돈 권고 기준이 만들어지면 규제를 받는 소상공인(건축주)이 지불할 비용을 9억 7천여만원 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면 국민이 얻는 건강은 편익은 비교적 엄격한 148Bq 기준을 적용하면 393억원, 느슨한 200Bq 기준을 적용하면 188억원으로 계산했습니다. 148Bq을 선택할 때의 건강 편익이 더 큰데도 신설된 주택 라돈 권고 기준은 200Bq이었습니다. 이것이 길고 지루한 계산식 이후 환경부가 내린 최종 결론입니다.

"왜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의 기준이 더 느슨하느냐"는 질문에 연내 재검토하겠다는 환경부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어쩌면 우리에게 라돈에 대한 두려움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에겐 '라돈'을 정확히 알 수 있는 토양 분석서도 없는 반면, 우리 건강을 지킬 규제는 느슨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의욕만 앞서 취재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전달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남겨둔 팩트들을 추가로 취재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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