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강원도에 있는 놀이동산이 대한민국 경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입니다. 레고랜드 짓는 데 빚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새로운 도지사가 온 뒤, 입장을 바꾸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먼저 오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2년, 강원도는 춘천 중도라는 섬에 레고랜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합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적이 나오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개장은 늦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공사 비용은 산더미처럼 불어났습니다.
결국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기로 했고, 강원도가 이 어음에 대한 빚 보증을 섰습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돌연,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자금시장은 사실상 지자체의 채무불이행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김 지사는 3주 만에 다시 보증한 채무를 갚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젠 지자체 채권도 못 믿는단 신호가 확산되면서 시장은 확 얼어붙었습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채권시장에 폭탄을 던진 건 맞는 얘기거든요. (지자체가 발행한) A1 등급 CP(기업어음)에서 부도가 났다는 거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거고요. A1도 이제는 못 사겠네.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공기업조차 이자를 더 준다고 해도 채권이 팔리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정부와 동일한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한국전력 채권의 경우, 연 6%에 육박하는 금리를 내걸고도 발행 목표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김상만/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 : '일반 은행이나 일반 회사는 말할 것도 없다'라는 식으로 신용리스크 프리미엄이 동시다발적으로 더 붙는 거죠.]
놀란 정부는 50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