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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화상에도 웃던 아이인데"…이번엔 빠져나오지 못했다

입력 2023-03-27 20:08 수정 2023-03-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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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렵게 지내온 나이지리아 아이들은 수시로 위험한 상황에 놓이곤 했습니다. 2년 전에도 집에 불이 났었는데, 그땐 큰 화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아이는 이번엔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해선 기자입니다.

[기자]

엄마 품에 안긴 5살 아이는 자주 웃었습니다.

5남매 중 둘째였던 갓슨.

살던 집에 불이 나 목과 등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아픔에도 웃는 아이였습니다.

[다문화이주민센터 관계자 : 아이가 흰색 옷 입은 간호사만 보면요 자지러지게 울어요. 무섭잖아요. 근데 (울다가도) 웃는 거는 천진난만하게 웃더라고요.]

형편이 어려운 가족은 병원비 댈 여유도 없었습니다.

조금만 필요한 치료가 늦어져도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역 사회에 사연이 알려지면서 치료비를 모았고 도움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 학교 관계자 : 저희가 이제 보증금을 대준 거예요. 월세를 이제 계속 대줬죠.]

나이지리아인 부모는 10년 전, 무역 비자로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주로 못 쓰는 전자 기기와 헌 옷을 주워 나이지리아로 보내 팔았습니다.

[아이들 학교 관계자 : 종류 가리지 않고 무조건 실어서 보내더라고요. 텔레비전 다 고장나고 이런 것까지도…]

사는 게 힘들지만 아이들은 밝았습니다.

[웨나린 나마닷/이웃 주민 : 오남매가 우리 집을 슝 하고 달려가기도 하고. 꿈인 건가…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아이를 잃은 부모는 말을 잃었습니다.

[박천응/안산 다문화교회 목사 : (막내를 살리려고 엄마가) 아이를 먼저 내놓고 자기도 뛰어내린 거죠. 그 안에 있던 네 명의 아이는…]

숨진 네 아이 빈소는 가족들 치료가 끝난 뒤 내일 오후 차릴 예정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왔던 한국 땅에서, 가족은 삶을 찾지 못했습니다.

(VJ : 박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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