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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피 같은 학생들 돈으로 '시계 사고 차 뽑고'

입력 2012-06-13 22:36 수정 2012-06-1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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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생들은 해마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 내느라 등골이 휘는데 그 돈을 물 같이 쓰는 대학교가 있습니다. 교수들은 연구비로 명품시계 사고 재단은 고급 자동차까지 샀습니다.

이상재 기자가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감사 자료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기자]

골프 치고, 생필품 사고, 백화점에서 명품시계를 샀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비공개로 조사한 한성대학교 교수들의 연구비 사용 내역입니다.

한 교수는 북한 관련 논문을 썼다고 신고했는데 막상 돈을 쓴 곳은 자동차 정비센터였습니다.

연구비로 한의원도 갔습니다.

[A 한성대 교수 : (연구비를 유용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한 번도 없어요.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착오나 실수인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유용했다는) 자료 갖고 와 보세요.]

정보통신기술 관련 논문을 썼다는 다른 교수는 300만원어치 화장품 영수증을 내고 연구비를 타갔습니다.

[B 한성대 교수 : (유용한 연구비는) 연구장려금이거든요. 일종의 월급인데, 자기가 필요할 때 쓰는 것이지 어떻게 쓰라는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이 연구비는 모두 제자들이 낸 등록금입니다.

[C 한성대 교수 : 미치겠습니다. 그것(연구비) 가지고…. 저도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감사 받을 때 죽는 줄 알았어요. 학생들에게 사기 치는 것 같고….]

등록금을 연구비로 받아 허투로 쓴 교수는 43명.

이 학교 전체 교수 5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상당수는 단과대 학장 등을 지낸 책임자급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내린 징계는 '현지조치'가 고작입니다.

[유○○/당시 교육과학기술부 감사반 : (현장조치가 어떤 수준의 징계인가요?)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그쪽(대학 재단)에서 처리하도록 조치하는 거지요. (어떻게 됐는지 사후 점검은 합니까) 따로 보고 받지 않아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게끔 합니다.]

한성대 재단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JTBC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해당 교수들에게 경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유용한 연구비를 돌려받는다는 조치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교수들만 학생들 등록금을 함부로 썼을까.

재단은 더 심각합니다.

고급 승용차부터 이사장 명패, 사무실 화분, 심지어 주전자까지 학생들 등록금으로 샀습니다.

게다가 이 학교 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딸을 이사장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고 매달 150만원씩 자문료도 줬습니다.

한 달에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이사장은 억대의 교통비를 받아갔습니다.

[D 한성대 고위 관계자 : 이사장 이름으로 나가는 화분까지 자기(재단) 돈이 아니라 학교 돈으로 썼습니다. 재단에서 내는 게 한 푼도 없습니다.]

한성대 재단은 자신이 내야 할 법정부담금 48억원을 등록금으로 돌려 막기했습니다.

해마다 150여 명이 낸 등록금을 재단 운영자금으로 썼다는 얘기입니다.

[D 한성대 고위 관계자 : 지난 4년 동안 재단이 낸 돈(법인부담금)이 400만원이에요. 학생 한 학기 등록금 밖에 안 됩니다. 100만원, 200만원 사기 치는 교수들이 작은 도둑이라면 재단은 큰 도둑입니다.]

그러면서 재단은 이사회 회의록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히 폐쇄적으로 운영됐습니다.

학생들은 기가 찬다는 반응입니다.

[강○○/한성대 경제학과 학생 :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 아니면 부모님께 부탁하는 상황인데, 피 같은 등록금을 학교 재단에서 마음대로, 곶감 빼먹듯이 빼 가고 있는 상황이 학생으로서는 어이가 없습니다.]

특히 재단 측은 교직원들을 직간접적으로 감시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교 책임자는 교직원에 대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추적이 있었다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E 한성대 고위 관계자 : ○○○하면서 누가, 어디로, 무슨 얘기했는지 다 파악하고 있어요. SNS(문자) 메시지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고 있어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JTBC는 수 차례 이사장 측과 접촉했으나 이사장 측은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김○○/한성대 재단 이사장 자문위원 : 할 말 없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 노코멘트. 제가 왜 그쪽과 말을 해야 하나요? 말 섞기 싫습니다.]

부정한 교수와 재단. 적당히 눈감아주는 교육부. 거기에 검은 감시의 손길까지.

한성대 재단은 우리 사학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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